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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 / 방송 비판하면 방송 부적격?

입력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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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가수 문희준의 새 음반 ‘메시아’에 실린 ‘미디어’가 KBS와 MBC로부터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미디어의 노랫말은 ‘미디어 미디어 미디어 거짓을/미디어 미디어 진실로/미디어 너의 맘을 찢어주고/미디어 너의 꿈을 망쳐줄께’가 전부입니다.

노랫말을 쓴 문희준에 따르면 “대중 매체에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고 나름대로 대중 매체를 비판하겠다는 의도”라고 합니다. 특별히 문제될 만한 것이 없어 심의는 걱정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양 방송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KBS와 MBC측은 “‘너의 마음을 찢어주고’ ‘너의 꿈을 망쳐줄게’라는 내용이 너무 과격해 청소년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미디어를 비판해서라기보다는”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찢는다’ ‘꿈을 망친다’가 분명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랫말이 청소년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섹스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었다는 박진영이나 과격한 욕설로 10여곡이 방송금지당한 싸이와 비교하면 이 같은 가사는 납득할 수 없는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역시 지난해 김진표가 불러 방송금지 당한 ‘X같은 TV연예’처럼 노골적으로 방송을 욕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미디어’보다 훨씬 더 과격한 표현은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KBS와 MBC가 자신들의 해명과는 달리 일개 가수가 방송인 미디어를 비판한 것이 못마땅했다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노래를 적어도 방송에서는 틀어주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만일 문제가 된 표현 앞에 미디어라는 객체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이 짧고 특별한 것 없는 노래가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았을까요? 또 방송을 하면 안될 정도로 표현이 과격하다면 왜 같은 방송사이면서도 SBS는 이 노래를 방송하기로 했을까요?

이번 일이 큰 사건은 아니지만, 힘을 가진 방송사가 가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송심의의 원칙은 무엇이고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다 할 수 없습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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