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해외 유명브랜드로 치장한 ‘명품족’ 박모(20ㆍ서울 강남구 청담동ㆍD여대 2년)양. 박양은 지난주 카드대금 결제일을 4일 앞두고 카드빚을 갚기 위해 가장 아끼는 구찌 핸드백과 페라가모 구두, 목걸이를 전당포에 몽땅 맡기고 160여만원을 대출 받았다.물건을 맡기고 다시 찾아 가기가 이번이 6번째. 박씨는 “카드로 돌려 막기, 사채 급전 대출 등 여러 방법을 다 이용해 봤지만 결제일만 지나면 바로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전당포가 ‘명품족’의 품위를 유지하기에는 가장 좋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강남 등에 우후죽순 등장
신용카드 대출 등이 확산되면서 사양길을 걷던 전당포가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명품 전당포’로 부활하고 있다.
이들 전당포는 명품 의류와 장식품만을 받는 점이 특징. 지난 6개월 사이 새로 문을 연 명품전당포가 압구정동과 청담동에만 10여개가 넘는다.
이들 전당포의 주요고객은 신용카드로 무리하게 해외 명품을 구입했다가 카드빚으로 고민하는 명품족들이다. 때문에 전당포 담보 대출의 절반 정도는 카드 결제일이 몰려 있는 월말과 월초에 이루어지고 있다.
P전당포 김모(33) 사장은 “물건을 맡기고 대출받는 사람의 70~80%는 카드빚 때문으로 대부분 다른 방법을 다 해보다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이 곳”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은 “물건을 다시 찾아가는 비율이 90%가 넘는다”며 “경제 여건이 어려워도 명품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명품 업그레이드’로도 이용
이들 전당포는 대부분 대출업무 외에 중고명품 위탁판매까지 겸한다. 위탁판매를 요청하는 이들은 돈이 필요한 사람들 보다는 대부분 더 비싼 명품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고객들이라고 업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명품족 사이에서도 에르메스-샤넬 구찌-루이뷔똥-까르띠에 등 순으로 그들만의 ‘등급’이 정해져 있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 사무총장 김명일(37)씨는 “우리 보다 먼저 신용위기를 겪은 일본에서 먼저 이러한 형태의 전당포가 성행했다”며 “신용카드 대출한도 축소 등으로 이런 유형의 전당업이 더욱 활성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주훈기자
nom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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