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따로 나와 빠듯한 생활을 하는 40대 초반 큰며느리입니다. 남편은 19세부터 돈을 벌어 사업 실패한 부모님의 빚과 가족생활비 일체를 지금까지 감당해왔습니다.최근에 우리 몰래 시부모님이 시동생 사업을 도와주시다가 임야 3분의 2를 잃는 일이 생겼습니다. 빚보증을 서라는 부모님의 요청을 거절했고 이로 인해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시누이마저 시부모님의 남은 임야를 담보로 우리 몰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항의를 하니 시어머님은 “땅은 원래 우리 것이니 너희들은 상관말라”면서도 병원비는 장남이라고 우리에게 부담시키십니다. 우리보다 잘 사는 두 동생을 보며 남편도, 저도 분해 못 견디겠습니다. 진정이 될까요? (서울 성산동에서 김씨)
시댁 생활비등 시동생과 공동부담을
A 마음 고생, 돈 고생으로 얼마나 지쳐 계십니까? 착하신 두 분이라 나중에 복은 받으시겠지만 말입니다. 남편보다 며느리이신 댁이 더 분하시겠지요. 댁 팔자에 동정이 갑니다마는, 부자집 맏며느리를 빼고는 모두가 피하는 맏며느리 자리를 스스로 택했을 터이니 한편으로는 자업자득이지요.
과거의 장남과 며느리는 의무도 무거웠지만 특권도 커서 물려 받는 것이 많았지요. 지금은 세월이 변해 국민정서상 마음의 의무는 변치 않는 대신 법은 변해 자식이라면 모두가 공평한 권리를 누리게 된 전환기인지라 골탕은 장남만 먹습니다.
남편께서는 젊어서 부터 주위의 칭찬에 아버지를 이긴다는 재미에서 자신과 처자를 희생하는 쪽으로 살아오셨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지나치게 얌체인 시댁과 무서운 아내의 중간에서 힘들어 하겠지요.
싸우지 마시고 남편을 설득하시어 시부모님 생활비와 기타 비용은 삼남매가 공평하게 부담하겠음을 시댁에 알리시고, 재산이 남게 되면 삼 등분함을 시동생과 시누이에게 알리시고, 실제로 그렇게 행하십시오. 당장 그렇게 되지않는다면 그런 방향으로 차츰 밀고 나가십시오.
어차피 “뒤에서 조정은 며느리가 한다”는 말을 듣게 될 터이니 실제 고역은 남편이 당연히 맡아야 하지요. 남편이 심약해 엉거주춤한다면 그때는 바가지 긁는 대신 댁이 그 동안 못 누렸던 취미생활, 집안살림과 자녀교육에 좀 돈을 쓰십시오.
그리고 부부가 함께 종교 하나를 택해 의지할 곳을 만드십시오. 신앙심 깊다는 사람들도 남편보다는 부모에게 덜 피학적(被虐的)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남편도 천천히 변할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이면서 변해야 될 사람은 시댁 식구라기 보다 남편임을 명심하십시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dooyoung@plaza.snu.ac.kr 팩스 (02)725_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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