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강연호-
유행가는 말 그대로 유행하는 노래라네
유행이란, 나 잡아봐라 꼬리치는 말이지만
그래서 다들 미치고 팔짝 뛰지만
유행하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네
어제의 유행가가 오늘의 유행가 아니듯
오늘의 유행가가 내일도 유행하지는 않는다네
유행이란, 흐를 유 갈 행
흘러간다는 말이기 때문이네
세월이든 강물이든 애인이든
흘러갔다 돌아오는 건 세상에 없기 때문이네
어떤 유행가는
가끔 씩씩하게 노래하기도 하지만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칠 수는 없다네
그래서 이미 전화번호부만한
노래방의 노래책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네
꿀꿀 꽥꽥 돼지 멱딴다네
■시인의 말
요즘 들어 흘러간 노래들이 부쩍 새삼스럽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 담그고 싶은가 보다.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누군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겠는가. 흘러간 노래에 취하는 것은 흘러갈 때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력
▲1962년 대전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9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시집 ‘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등 ▲현대시 동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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