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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呱呱聲없는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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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呱呱聲없는 산부인과

입력
2002.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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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텔레비전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가 방영되고 있다. 극중에서 이제마는 무인의 되려던 꿈이 좌절되자 의원의 길로 방향을 바꾸고 싶어한다.그러나 스승 밑에서 고참 수련의와 갈등을 겪다 쫓겨난다. 거리를 헤매던중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어머니를 발견한다. 당황한 이제마는 어머니를 업고 수련의에게 달려가 애걸복걸하지만 치료를 거부당한다.

환자와 그 보호자의 고통을 부각시킴으로써 의사의 윤리를 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제작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환자를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의 산부인과 의원은 2,092곳인데 그 47%인 973곳이 분만환자를 받지 않았다.

서울 의사들은 아기 받기를 더 싫어해 581곳 중 59%인 342곳이 분만환자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작년 의료보험 청구를 토대로 내놓은 통계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신문은 그냥 덤덤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충격적인 일이 아닐까. 산부인과는 여자의 질병만을 보는 부인과와 임신 및 출산을 취급하는 산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런 전문화 때문에 아이를 안받는 것이 아니다. 분만을 외면하는 산부인과 의원이 임신과 불임환자는 치료하고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원은 임신과 부인과 질병을 동시에 보는 통합개념으로 개업하고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출산을 도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가 해야 할 일이고, 또 의사의 최고 보람이어야 한다.

■의료체계가 현대화하지 못했던 옛날 시골 의사들은 변변치 못한 의술을 갖고도 응급환자와 아기 받는 일에는 단잠을 물리치고 나서는 윤리적 자세가 있었다. 의료행위가 모두 윤리와 책임감으로 채워질 수 는 없다.

개인적인 징크스로 특별한 환자를 받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원 절반이 분만환자를 외면하는 것은 사회병리고 위험신호다. 어떤 공동체 구성원 절반이 그 공동체의 본질적 임무를 외면한다면 그 공동체는 존재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의료제도와 국가정책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와 이익단체가 그들의 본분이 무엇인지 깨닫고 고쳐야 할 문제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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