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미국 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의 사회적 영향을 다룬 ‘신뢰(Trust)’라는 책으로 유명하다.그는 미국과 일본은 사회적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반면, 한국 증시 등은 신뢰의 인프라가 부족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의 ‘신뢰론’은 우리 증시와 사회 전반에 걸친 불투명성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단골 메뉴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회계조작은 후쿠야마식 국가적 편견의 무용성을 보여준다. 회계 조작이 미국과 같은 선진 주식시장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행해졌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미국증시의 위기는 단순히 주가폭락이나 경제불황이 아니라 시장제도 자체에 내재한 기본적 신뢰의 문제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14일까지 자사 회계보고서에 대해 개인적인 민ㆍ형사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서명을 하는 등 재무제표 인증행사를 치러야한다. 만일 14일까지 서명을 거부한다든지 기존의 재무제표가 잘못됐다는 ‘고해성사’를 하는 기업이 여럿 나온다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런 신뢰의 위기를 배경으로 ‘사회적 책임투자’의 존재가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다. 여타 펀드의 대규모 환매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펀드는 오히려 더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운동이 점차 활성화할 조짐이다.
이제 투자자들도 ‘투명한’ 회사를 눈여겨 봐야 한다. 투명한 기업이 주가 상승률도 높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뽑은 ‘비교적 투명한 기업’ 중 24개 상장사의 올해 주가를 보면 7월말까지 8.66% 상승(평균 0.12% 하락)했다. 투명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 실적보다 더 설득력있다는 얘기다.
“양심을 사라(Buy Conscience)!” 투자의 영원한 기본이다.
/제일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