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겨냥 新북풍說" 제기정부선 "아직까진 가능성 없어"
남북관계의 개선 조짐과 함께 최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10월 답방설이 다시 나오고 있어 관심이 일고 있다.
이 문제가 부쩍 거론되는 곳은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기획위 보고서에서 “청와대ㆍ통일부ㆍ국방부ㆍ국정원 등의 정보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이 임기 말 입지가 취약해 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원하는 한편 현정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실리를 챙기기 위해 방문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시기는 9월 하순~10월 초순, 정상회담 장소는 서울이나 제주, 또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부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안기부 차장 출신으로 당내 정보통인 정형근(鄭亨根) 의원도 9일 “10월 중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문제는 4월 초 임동원(林東源) 특보의 방북 시 잠시 관심을 끌었으나 얼마 전 서해교전 사태로 남북관계가 동결상태로 들어가면서 물건너 간 사안으로 간주됐었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이루겠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남다른 의지가 없을 수 없다.
또 북측의 입장에서는 남북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마당에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와해될 수도 있는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 있다는 점에서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로 답방을 고려할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즉, 김위원장의 ‘답방수요’는 상존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답방설도 이런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12월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신북풍 공작설’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관측은 2~4일 금강산에서 개최됐던 남북 장관급 회담 실무접촉을 기점으로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북한이 장관급 회담 재개를 제의할 때부터 그 배경과 의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은 실무 접촉에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대형 현안에 대한 합의가 손쉽게 도출되자 “무언가 거대한 논의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강한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한 특보는 “장관급 회담에서나 합의될 사안이 실무 접촉에서 불쑥 합의됐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며 “이런 템포라면 장관급 회담에선 김 위원장 답방이나 최소한 아시안 게임 개막식 참가가 발표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얼마전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방북설을 내놨다가 한바탕 설전을 벌이다가 지난주에는 정몽준(丁夢準)의원의 방북설을 주장, 민주당과 정 의원측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그러나 실제 북한의 동향이나 정부측 움직임에선 김 위원장 답방설을 뒷받침할만한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이 답방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 정상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최고위급 인사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그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주장들은 대선을 앞둔 방어적 의식의 산물일 수도 있지만, 막연한 개연성에 대해 미리 공개화, 음모화해 쐐기를 박아두려는 의도도 상당히 짙다. 이는 정 의원 방북설을 얘기하면서 청와대의 의도를 거론한데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스스로에게도 모험이 될 수 있는 고난도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측은 김 위원장의 답방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기’라는 표현만을 써 왔는데, 여기에는 서울 방문 시 반대 시위 등 남한내 정서에 따른 신변 위협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전부터 “북한 안팎의 어려운 여건에 비추어 김 위원장이 차기 정권과 척을 질 수 있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이와 별도로 김 위원장의 답방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과연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유성식 기자.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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