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물을 좋아할까?이렇게 물으면 대부분의 분들은 그렇다고 말합니다.사실 당연한 일입니다.풀보다는 기복이 덜하지만 나무를 심으면 물을 주어야 하고,화분에 심은 나무에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말라죽으니까요.그런데 나무를 심었는데 이유도 없이 죽어간다는 소식에 찾아가 원인을 살펴보면 의외로 물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그것도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물이 많이 차는 습지나 지하수면이 높아 뿌리가 물에 잠기게 되면 그 나무는 죽게 됩니다.
여러분도 혹시 아끼던 나무가 잘 못 살고 있다면 주변에 배수관이 있거나 땅이 진흙이어서 물빠짐이 안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십시오.
나무는 뿌리로 물을 흡수하는데 어찌된 일일까요?바로 산소가 부족해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입니다.물을 아무리 좋아한들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계류가 흐르는 곳에 갯버들이나 달뿌리풀,돌단풍 같은 것이 사는 이유는 물이 흐르면서 공기가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무들은 다른 대안을 만들기도 합니다.낙우송과 같은 나무들은 땅 위로 뿌리를 올려보냅니다.툭툭 올라온 뿌리의 모습이 마치 무릎과 같아 무릎뿌리(knee root)라고 부르며 땅속이 아니라 공기 중에 올라온 뿌리이므로 기근의 한 종류입니다.물가나 샘터 옆에 낙우송이 살게 된다며 사방으로 독특하고 왕성하게 뿌리를 올려보내며 아주 멋진 모습으로 무럭무럭 잘도 큽니다.같은 날 심은 같은 나이의 나무를 보았는데 물 옆에 있던 나무가 십여 년 만에 2배 가량 더 크게 자랐더라구요.
신선한 공기를 원하기는 나이 먹은 줄기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서울 명륜동 성균관 문묘나 강원도 문막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노거수가 있습니다.이들을 살표보면 옆으로 자란 오래된 가지의 일부가 혹이 난 것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늘어진 젖가슴의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유주(乳柱)라고 합니다.더러 이 유주가 땅밑까지 늘어져 땅에 닿으면 다시 새로운 뿌리를 내려 자라기도 한답니다.
본 나무와 연결된 가지를 자르면 새로운 개체가 되는 것이지요.물론 오래된 가지세포에 산소공급이 원할하지 않아 발달된 것이라고 합니다.
같은 이치는 아니지만 사람에게도 이렇게 신선한 공기가 필요합니다.모처럼의 휴가를 얻으셨다면 자연의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를 가슴에도 그리고 머리에도 가득 담아 오십시오.나무를 보면서도 물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여름은 여름인가 봅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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