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법의 ‘일몰 조항(일정기간이 지나면 법률이나 규제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제도)’을 무원칙하게 운영해 납세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조세감면 시한이 수개월마다 반복 연장되는가 하면, 예정 시한보다 앞당겨 폐지되는 조항도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각종 감면 조항을 축소하는 동시에 일몰 조항 역시 최대한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적용시한을 재연장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또다시 6개월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기 불안 등으로 경제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해 투자위축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액의 10%를 산출 세액에서 공제하는 제도. 하지만 1968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현 정부 들어서는 2000년 하반기만 제외하고는 6개월씩 연장돼 ‘상설투자세액공제’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올 연말 자동 종료되는 17개의 일몰조항 중 나머지 조항도 상당수 다시 연장될 전망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재연장 기간만 문제일뿐 연장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으며,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비 세액공제 등 역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무원칙한 일몰조항 적용으로 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한 대표적 예는 승용차 특별소비세 인하. 이 특소세 인하는 당초 지난해말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등의 압력으로 6개월, 2개월씩 2차례 추가 연장돼 결국 올 8월까지로 연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미 주문한 승용차의 상당수가 8월말까지 출고되기 어렵자 특소세 재연장 주장이 또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이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만 부추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일몰 조항이 무원칙하게 운영되는 데는 관련 부처의 눈치보기와 업계의 로비, 그리고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세법이 마치 정치법처럼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에 제멋대로 가위질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감면이 불가피한 항목은 아예 영구제도로 전환하고 불필요한 감면은 없애는 등 일몰 조항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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