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11월 6일)이 언제 있는 줄이나 아세요. 그 사람들(교육당국 관계자) 제 정신이 아니예요.” “(수능을) 3개월 남겨놓고 (내년도 의대 정원을) 줄인다고 하면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 까닭을 모르겠어요….”8일 대통령자문기구인 의료제도발전특위가 내년도 의대정원을 10% 줄이기로 결정한 이후 관련 정부부처 홈페이지와 본보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아우성과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등을 감당해가면서 의대 진학에 총력을 기울여 온 이들에게 ‘10% 감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비보이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주변사람들이 왜 자꾸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는 지 이제는 알 것 같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의대 감축’이 큰 파장을 불러 오고는 있지만, 교육소비자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그리 새삼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교육정책의 잘못된 습관이 재발했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파문의 전개과정을 캐들어가면 ‘정말, 희망이 없다’는 자조가 절로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밥그릇수가 많다’는 의사들의 압력에 못 이겨 교육부에 “의대정원을 10% 줄여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해 3, 8월과 올 2월. 두 부처는 이후 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지부도 의료계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형식적으로 보냈을 터이고, 공문이 올 때마다 난색을 표하면 부처간 갈등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덮어두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복지부도 이 같은 정황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입에 목맨 수험생들은 안중에도 없이 두 부처가 핑퐁만을 거듭한 셈이다. 이 와중에 의대발전특위가 느닷없이 감축안을 결정, 수험생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백년대계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3개월 소계(小計)’만 이라도 보장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회부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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