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또 무고한 인명을 송두리째 앗아갔다.9일과 10일 영남지역에 쏟아진 폭우속에 11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기장군 실로암 요양원과 김해시 내삼농공단지 산사태 등은 전형적인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나 보는 이들의 분노 마저 자아내고 있다.
■‘60도 절개지 아래 무허가건물’
중증 지체장애인 4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실로암 요양원은 재앙을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요양원은 경사 40도 산 비탈에 건립지가 자리잡아 착공허가신청이 3차례나 반려됐던 곳. 그러나 요양원측은 행정심판에서 승소하자 건물 신축을 강행했다.
그 결과 무리하게 지반을 파 내 절개지 경사가 60도로 더 가팔라져 보기에도 매우 위태로웠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1999년 4월 착공한 이 건물은 급경사 등으로 준공검사는 커녕 가사용승인도 받지 못했지만 올 5월26일부터 중증 지체장애인 46명을 수용해 왔다.
또 건물 뒷편에 설치된 낙석방지용 철제망이 2㎙정도에 그치고 배수로도 턱없이 좁아 산사태에 무방비였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K씨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요양원 자리가 아찔해보인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이전에도 비가 조금만 와도 흙이 쓸려내려와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10일 오전 7시40분 산사태가 요양원을 덮쳤고, 1층에 수용돼 있던 중증장애인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사고 3시간전 신고, 무대응
근로자 1명이 실종되고 수십명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뻔 했던 내삼농공단지(시립) 산사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
내삼농공단지 산사태도 단지가 경사 40도의 깎아지른 듯한 절개지 밑에 조성된 것이 화근이었다.
사고 발생 3시간여전인 10일 오전 7시30분께 주촌면사무소와 파출소는 절개지 부분에 토사유출을 발견하고 시에 보고했으나 연락체계 미비로 대피가 지연돼 20여명이 흙더미 밑에 갇히고 7개 공장이 매몰ㆍ파손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위험을 감지한 입주업체와 인근 주민들이 김해시에 수차례 안전진단과 절개지 보강공사를 요청, 한차례 보강공사를 마쳤는 데도 산사태가 일어나 부실보강공사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6월부터 또 보강공사를 벌이던 중에 산태가 발생해 더욱 분노가 치민다”며 “김해시의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사고”라고 소리높였다.
실제로 김해시는 96년 11월 농공단지 조성이후 26개 업체를 입주시켜 놓고도 재해점검은 관련 장비 조차 없는 일반 직원의 육안점검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9일 경남 합천군 청덕면 낙동강 둑 붕괴로 물에 잠긴 3개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올초 수문 개수공사를 벌이면서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 따른 인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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