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이동통신은 한낱 꿈으로 끝날 것인가. 음성은 물론 컬러 동영상을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이동통신’으로 여겨졌던 제3세대 휴대폰(사진)의 앞날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졌다고 영국 BBC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휴대용 TV처럼 환상으로 끝날 것.” “누가 전화 요금의 수십배를 내고 휴대폰으로 영화를 볼 것인가.” 등의 회의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BBC는 시장 선점을 위해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부은 통신 업체들이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스페인의 텔레포카니에 이어 8일 영국 보다폰이 연내 선보이려던 3세대 휴대폰 서비스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퀄컴, 모토로라, 인텔과 스웨덴의 노키아 등도 “맹목적인 낙관론을 접고 2~3년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텔레포카니의 경우 서비스 제공 취소로 당장 44억 유로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발표 직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3세대 휴대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과 우려가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최근 FT의 설문조사 결과 “3세대 휴대폰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자가 50% 미만에 그치는 등 시장의 반응도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컨텐츠의 한계가 곧 3세대 휴대폰의 한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 초고속 통신망과 차별화한 컨텐츠를 개발하지 않는 한 3세대 이동통신은 ‘화면은 작지만 요금만 터무니 없이 비싼 인터넷’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BBC 방송은 3세대를 가리키는 ‘3G(third generation)’가 기존 인터넷의 대표적인 컨텐츠인 ‘Girl(포르노), Gambling(도박), Game(게임)’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TDK시스템의 닉 헌 마케팅 이사는 “몇 년 뒤 상용화한다 해도 업체들은 ‘왜 수십 배의 요금을 내고 3세대 휴대폰을 이용해야 하는가’를 소비자들에게 세뇌시키는 데 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 개발된 3세대 휴대폰의 최고 장점은 손난로로 쓰기에 딱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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