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8월10일을 기해 한국의 표준시 자오선이 동경 135도로 변경됐다. 그 전까지 우리 표준시 자오선은 한반도의 거의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이었다.일본을 지나는 135도로 표준시 자오선이 바뀜에 따라 한국에서는 태양이 남중(南中)하는 시각이 정오를 다소 넘기게 되었다. 표준시 자오선을 동경 135도로 변경한 것은 각 지역의 표준시가 그리니치 표준시와 정수(整數) 시간 차이를 가지도록 하는 국제 관례에 따른 것이다.
지구는 하루 24시간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360도 회전하므로 경도가 15도 달라질 때마다 시간은 한 시간씩 차이가 나게 된다. 따라서 동경 135도를 표준시 자오선으로 삼은 한국의 표준시는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9시간 빠르다.
‘정오’의 의미가 태양이 남중하는 시각이므로, 이 뜻에 충실하려면 시간대(時間帶)의 중앙을 지나는 자오선을 표준시 자오선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다. 실상 1908년 4월1일 한국에 표준시가 처음 도입됐을 때, 표준시 자오선은 127도 30분이었다.
그러다가 한일합방 이후인 1912년 1월1일을 기해 표준시 자오선이 일본에 맞추어 135도로 바뀌었고, 해방 뒤 이승만 정권 때인 1954년 3월21일에 다시 127도 30분으로 되돌아간 바 있다. 당시 한국 표준시는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8시간 30분 빨랐다.
이렇게 표준시 자오선이 오락가락한 것은 정수 시간차라는 ‘편의’의 문제와 ‘주체성’의 문제가 거기 함께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8월12일에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2명이 우리 표준시를 현재의 ‘일본 중심’에서 과거의 ‘한반도 중심’(동경 127도 30분)으로 되돌릴 것을 내용으로 하는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낸 바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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