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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新러시아의 부상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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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新러시아의 부상과 한반도

입력
200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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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극동 연해주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그에 이르는 시베리아횡단 ‘한ㆍ러친선특급열차’행사가 지난달 말 막을 내렸다.하필이면 왜 지금 러시아를 향해 ‘한·러친선특급열차’와 같은 ‘국민외교’을 펼쳐야 하는가? 새롭게 떠오르는 러시아의 실체는 무엇이며, 왜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중요한가? 이런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ㆍ11 테러사건은 21세기 국제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국제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에 대한 범세계적인 대처가 지구촌 최대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세계 질서의 주역인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를 새 질서 구축의 버팀목으로 인정하였다.

지난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략핵무기 대량 감축에 합의하고 러시아를 미국의 동반자로 규정하였다. 양 정상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러시아와 미국이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냉전은 완전 종식되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어 러시아는 6월 캐나다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였다. 또 서방측은 러시아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였고, 이에 따라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가속이 붙게 되었다.

러시아가 세계 주류국가에 합류하게 된 것은 푸틴 대통령의 국가 전략, 즉 심모원려(深謀遠慮)의 결실이다.

‘위대한 러시아 건설’을 내건 그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경제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국가의 위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러시아는 서방 경제질서의 틀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국가 재건이 가능하다고 믿은 것이다.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이유이다.

미국으로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은 불가결한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걸프, 중동 지역은 국제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대응전략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직·간접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다.

미국에겐 21세기의 세계를 위협할 핵 및 생화학무기와 관련, 기술의 이전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개발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도 러시아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대칭 축을 이루며 석유·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범세계적 안보 이슈와 함께 중동, 서남아 등지의 지역분쟁에 관해 건설적인 ‘개입’을 추구하는 러시아는 이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양국 고위인사의 교류 등을 통해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26~29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남·북한 동시 방문은 그 의의가 새롭다.

러시아는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확산에 분명히 반대한다. 동시에 러시아는 ‘개입’을 통해 북한을 세계질서에 ‘연착륙’시킬 것을 주장한다. 미국에겐 ‘최선의 동반자’로서, 또 세계 정치ㆍ경제 질서에서 빠질 수 없는 일원으로서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좋은 협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정 러시아, 공산 소련이 한반도와 맺은 인연은 그 시대에 있어서 지정학적인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그 역사를 낳은 지정학적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리도 이제 새롭게 부상하는 러시아가 한반도와 맺을 수 있는 ‘좋은 인연’에 눈을 돌려야 한다.

국민교류사업으로 이루어진 ‘한ㆍ러친선특급열차’행사의 뜻이 여기에도 있다.

정태익 주러시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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