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들이 대통령 사면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동안 사면이 특별한 명분이나 계기 없이 자의적으로 행사됐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비판이다. 도로교통법 위반사범에 대한 대규모 사면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다, 광복절 사면을 앞둔 시점이어서 판사들의 발언은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 만큼 사면권이 남용돼 왔다는 방증이다.주지하다시피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권력 유지 및 강화의 방편으로 행사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온갖 비리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정권의 편의에 따라 사면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걸핏하면 수백만 명의 범법자에게 혜택을 주는 대량 사면이 이뤄져 성실하게 법을 지킨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한 일도 많았다.
사면권의 남용은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을 국민들 사이에 퍼지게 한다. 죄를 짓고도 사면을 기대하는 심리를 갖게 해 법질서가 흔들리는데다 재판에 대한 신뢰도 손상된다. 이 정권 들어서 이뤄진 대규모 사면만도 7차례나 된다. 지난 달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자 481만 명의 벌점을 전면 말소하는 사면도 있었다.
민주당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규모 광복절 사면을 건의하며 2,000여명의 대상자 명단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판사들은 사면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중립적 사면위원회의를 구성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하기 전에는 특별사면이나 감형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 놓았다. 판사들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지나친 사면권 행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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