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대주주가 일정기간 장내 매각이 금지된 지분을 미리 제3자에게 매각하는 이른바 ‘예약 매매’가 확산돼 시장의 머니게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9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온라인 마케팅 업체인 드림원은 최근 최대주주 황지윤 대표이사가 보유지분 39.5%(169만7,620주) 가운데 35.0%를 장외기업인 쿠스코아이티에 예약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5월24일 등록한 드림원의 황 대표는 일단 보호예수가 풀린 지분을 먼저 팔고 나머지는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넘겨주게 된다. 이 같은 경영권 교체 소식이 알려지면서 드림원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시그마텔레콤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 28.2%(100만주)를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오는 12월20일부터 매월 5%씩 이덕한씨에게 양도키로 계약했다고 공시했으며 지난달 11일 텔넷아이티도 최가열씨 등 3인이 보유한 250만주(34.11%)를 주당 5200원, 총 130억원에 지알엔홀딩스에 매각키로 했다.
텔넷아이티는 보호예수기간이 만료되지 않아 예약매매방식으로 매달 5%씩 넘겨주기로 했다. 지난해 7월 등록한 에스아이테크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 5월 최대주주인 정동용씨가 보유지분 101만주(20%)를 최웅수씨에게 매각한 뒤 뒤늦게 대량지분변동보고를 했다.
이처럼 보호예수 기간에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이 급증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기업 대주주가 기업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주식매각을 통한 차익만을 노리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예약매매 확산으로 보호예수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보호예수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지분은 등록 후 1년간 팔 수 없고, 1년이 지나면 매월 5%씩 처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예약매매를 통한 인수합병이 장외기업의 우회등록에 활용되고 M&A를 통해 주가를 올린 뒤 지분을 처분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빠르면 9월부터 예약매매에 의한 경영권 변동을 공시할 때 인수 목적과 자금조달 내역 등 인수자 정보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시 규정 변경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코스닥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 과정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코스닥기업의 M&A는 기업 가치가 극대화하는 등록 후 1~2년 사이에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데 이 기간이 보호예수와 맞물리기 때문에 예약매매라는 편법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적 계약인 만큼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확보에 필요한 경우 보호예수 기간내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승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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