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선옥(39ㆍ사진)씨가 ‘멋진 한세상’(창작과비평사 발행)을 펴냈다. 그의 세번째 소설집이다.이전의 창작집 ‘피어라 수선화’와 ‘내 생의 알리바이’에서 그는 끈질기게 고단하고 핍진한 사람 살이를 그리는 데 열중했다. 새 소설집의 단편 11편도 대개 지독한 가난 때문에 빚어진 삶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그것은 인생’에서 오누이는 부모 없이 물과 전기가 끊어진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오빠의 소매치기로 연명하던 어느날 여동생은 가스가 새는 것도 모르고 라이터를 켰다가 세상을 떠난다.
‘정처없는 이 발길’에서 수몰지구에서 내몰리게 된 갑생은 이주비로 지급된 보상금마저 융자금을 갚느라고 몽땅 날린다. 아들 집으로 딸 집으로 가봤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가난하기는 매한가지다.
독자들에게 공씨는 말한다. 이 이야기들은 실화라고. “소매치기 소년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소설을 써서 벌어먹는 사람이라 소년의 참혹한 현실을 소설로 쓰는 일 외에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용담댐 수몰지에서 만난 갑생씨에게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말했다.
소설을 읽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 처해 있는 현실이 갑생씨보다는 덜 기막힌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새 소설집에는 작가의 삶 체험이 드러난 작품들도 눈에 띈다. ‘홀로어멈’은 남편과 이혼한 뒤 세 아이를 데리고 시골 폐교로 이사 와서 살아가는 여자 정옥의 이야기다. 표제작 ‘멋진 한세상’은 편지 형식을 빌어 작가의 10대와 20대 경험을 고백한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대학에 갔지만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공장에 다녔으며 버스 안내양, 야쿠르트 배달원 같은 직업을 전전했다. 살갑게 ‘당신’을 부르면서 작가가 들려주는 청춘의 기억은 아프고 쓰다.
그는 악다구니하면서 살아왔다. “나는 생존을 위하여 소설을 썼을뿐 소설을 쓰기 위해 살았던 것은 아니다. 내게 소설은 삶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설 속에서 가난한 오누이는 “가난이 죄”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이 ‘풍요로운’ 세상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부르짖는 목소리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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