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장대환 총리서리 임명은 '젊은 총리론'의 실험을 의미한다.덕망 있는 원로급을 택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모든 각료보다 젊은 50세의 장 서리를 기용한 것은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 선택이다.장 서리의 젊은 이미지는 분위기 쇄신과 변화,세대교체,국제화 등 21세기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고 임기 말 침체 일로의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그러나 명분과는 달리 현실은 어렵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7·11개각 때에도 장 서리는 막판까지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이런 문제가 지적된 데다 방향이 '여성 총리론'으로 선회하면서 기용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실 젊은 총리론은 작년 하반기에도 유선호 당시 정무수석을중 심으로 연구된 바 있었다.
당시 정무수석실은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40,50대 젊은 총리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다.그 결과 지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한동 전 총리의 후임 리스트에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과 오명 전 동아일보 사장이 올랐다.이 시도는 정치적 상황이 여의치 못해 실천되지 못하고 책상 속 보고서로 끝나고 말았으며 그 때 장 서리는 거론되지 않았다.
장 서리의 내각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우선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있듯이 65세의 김정길 법무,63세의 최성홍 외교,62세의 이준 국방장관 등 산전수전을 겪은 관료 출신 각료들을 제대로 통할할지 의문이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장 서리는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지 않는 인물로,대선국면에서 요구되는 중립성을 갖추고 있다는게 주변의 평이다.그러나 젊은 총리의 활약이 두드러지면 세대교체와 변화의 흐름이 조성될 수있으며,이는 67세의 이회창 후보와 50대인 노무현 후보,정몽준 의원의 경쟁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본인의 의도와는 상과없이 결과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견제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인선에서 장 총리 서리가 처음부터 1순위는 아니었다.장상 전 총리서리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당초에는 튀는 선택 보다는 안정적인 인선이 이루어지는 흐름이었다.청와대 관계자들도 "선거직이 아닌 임명직에서는 나이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사전검증에서 원로급 인사들의 결격사유가 드러나 인선난을 겪으면서 장대환 서리 카드가 급부상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젊은 총리론'은 이처럼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그 성패는 장 서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으며 그에 따라 김 대통령의 실험도 평가될 것이다.
이영성기자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