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8 재보선으로 한나라당 의석은 원내 과반수(137석)를 넘어섰다. 16대 후반 국회가 한나라당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까지 우군으로 확보한 상태다. 국회를 통해 파상적인 대정부 공세를 거침없이 퍼부을 수 있는 요건이 완벽하게 마련된 셈이다.그러나 8일 밤 국회 대책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첫 언급은 '원만한 국회 운영'이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원내 제1당이 됐지만 결코 오만하지 않겠다"며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 됐다.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 확보 이후 불어닥칠 역풍을 의식하고 있다. 국회 장악에 따른 반대 급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정국 불안의 책임이 고스란히 한나라당에게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 12월 대선까지 국회를 무대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방은 피할 수 없고, 이로 인한 국회의 잦은 파행은 쉽게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국회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대선을 고려한다면 정국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고, 이는 국회를 통해서 가장 적절하게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 등과 관련한 국정조사 및 TV 청문회, 특검제 등을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거듭 확인했듯이 부패 정권 청산이라는 이슈는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국회를 통한 권력형 비리 추궁은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회 내에서의 공세는 국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으로 한나라당은 국회를 통해 각종 개혁적인 정책들을 입법화하는 등 포지티브 전략도 적절하게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권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자민련과의 정책적 연대에는 이전보다 더 관심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
수의 우위를 확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회 내에서의 각종 공세가 한나라당만이 아닌 여타 세력이 공감하는 것임을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키려는 의도다.
최성욱기자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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