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다니, 웬 날벼락인가요.’ 수도권 산본 신도시 D 아파트 100여세대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5일부터 천정에서 새는 빗물을 받아 내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아파트 외벽 등의 틈새로 빗물이 스며들면서 안방은 물론 주방, 거실 등 아파트 내부에 물이 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전체 625세대 가운데 무려 200여세대가 누수를 신고 했다고 밝혔다.
■물 새는 판자촌 신세
집중호우의 여파로 수도권 신도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물 벼락을 맞고 있다. 안방과 거실의 천정에서 새는 물을 받아 내느라 밤잠을 설치는 등 ‘판자촌’ 신세라는 하소연도 빗발친다.
산본 신도시의 D아파트 인근의 H아파트도 마찬가지. 이 아파트 역시 수십여가구의 천정에서 빗물이 떨어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1990년대초 시공한 일산의 L아파트 등에서도 누수 피해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산본 신도시 D아파트 주민 최모(36ㆍ여)씨는 “전세금이 무려 1억5,000만원이나 되는 아파트가 천정에서 비가 샐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실시공이 원인 가능성
물 새는 아파트는 시공법이 잘못됐거나 부실시공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시공 당시 염분 기준치를 초과한 해사(海砂)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해묵은 논란도 재현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신도시 아파트 시공사는 공기 단축을 위해 PC공법(건축물 기둥, 보, 슬래브 등을 미리 제작, 조립하는 방식)을 사용했고, 감사원이 1992년 이 공법으로 시공한 분당 아파트를 표본 추출해 조사한 19개 동에서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참다 못한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이미 집단 소송중이거나 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산본 D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시공사가 법원의 하자보수 중재명령을 거부하자 정식 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H 아파트 주민들도 시공사가 하자보수를 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키로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단국대 건축공학과 정 난 교수는 “신도시 아파트 건설 당시 숙련되지 않은 기술자들이 무리하게 PC공법을 시공, 부실시공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염분 기준치를 초과한 해사를 사용한 아파트는 철골구조의 부식 등으로 건물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두영기자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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