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닌다. 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과 재계를 대표한다는 입장때문인지 박 회장이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게 된다.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주 5일제 근무제도는 국제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등이 최근에 그가 한 말이다. 그것은 미묘한 사항이어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그런 박 회장이 이번에는 우유를 마시고 있는 사진이 7일자 신문에 실렸다.
앞에 가득히 쌓인 우유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보면 이것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현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유가 남아돌고 있다. 생산은 계속 느는데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재 재고 물량이 적정 재고량의 5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우유업계가 도산에 직면하는 등 심각하다.
회장이 우유를 마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한상의 전경련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4단체와 농협중앙회가 ‘우유 먹기 캠페인’에 들어갔다. 소속 기업의 구내 식당과 연수원 등 우유를 많이 마시는 곳을 대상으로 하면 우유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유는 기원전 4,000경 메소포타미아의 우르에서 마시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각이 발견됐다. 그 만큼 역사가 오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에 우유가 있었고, 고려 시대에는 귀족 사회에서 애용했다.
고려 말기에는 소의 증식이 활발해져 유우소(乳牛所)를 두었으며 그 제도가 조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우유는 희귀식품으로서 이를 먹는 계층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이르러 비로서 일반인들도 접하게 됐다.
■최근 우유가 문제되는 것은 소비량 급감을 커버할 증진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 급감의 주요 이유는 출산율 저하다. 유제품을 즐겨 찾는 19세 이하 인구가 1990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들은 우유보다는 각종 음료수를 더 선호한다.
여기에 값 싼 수입품까지 대량으로 밀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정부는 젖소 도축을 위해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실제 도축 젖소는 목표량에 못 미친다. 자신의 건강과 축산 농가를 위해 우유를 더 마시자는 캠페인은 그래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상호 논설위원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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