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눈물은 언제쯤 마를까.’ 중남미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4년째 이어지는 경제난으로 상당수 국민들은 하루 종일 식량 배급소와 실업수당 청구센터에 줄을 서야 할 처지다.사정이 이런데도 긴급 수혈을 요청한 국제통화기금(IMF)이 뒷짐을 지고 있고, 폴 오닐 미국 재무부 장관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하고도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오닐 장관은 7일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실질적인 지원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을 위한 나의 희망은 높다”는 ‘립서비스’를 되뇌었을 뿐이다.
전날 방문한 브라질에서 오닐 장관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미국 기업들에 브라질에 대한 투자하라고 촉구해 큰 대조를 이뤘다. 이에 화답하듯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브라질에 무려 300억달러를 신규 지원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원은 사상 최대로 당초 예상되던 100억~200억 달러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규모다. 우루과이에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15억 달러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말 그대로 도탄 상태다. 경제는 4년째 마이너스 성장의 굴레에 갇혀 있다. 사정은 지난해말 정부 빚(1,400억달러)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디폴트)한 이후 더욱 나빠지고 있다. 비상대책의 일환으로 페소와 미 달러를 1대1로 묶던 환율제도를 폐지한 것이 결정타였다. 페소화의 급격한 평가절하가 이어지면서 물가는 자고 나면 오르고 실질소득은 급감했다. 그 결과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 돈으로 16만원(485페소)으로 한달을 버티는 빈민으로 전락해 있다. 4명 중 1명 이상은 실업자 신세다.
디폴트선언 이후 아르헨티나는 줄기차게 IMF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당장 통화안정과 사회불안 진정에 필요한 98억 달러만이라도 지원해달라는 하소연이다. 예금동결과 임금삭감, 이중환율제도 전면 폐지 등 IMF 요구는 대부분 수용한 상태다.
그런데도 IMF의 금고는 열리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문제의 바닥에 공공부문의 비효율성과 부패가 있다고 믿고 있다.
100만명 정도의 공무원을 잘라야 한다는 IMF의 최후통첩에 소요사태 등을 염려하는 아르헨티나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앞날은 더욱 험난해 보인다. 굶주린 시민들은 오닐 장관에게 달걀 세례와 격렬한 구호를 퍼부으며 분을 풀 수 밖에 없었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 내년 3월로 앞당긴 대통령선거에서는 IMF와의 관계 단절을 내세우고 있는 좌파 야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