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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재건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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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재건 '제자리'

입력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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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전후 복구 사업이 국제 사회의 원조 부족과 정정 불안으로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지난 1월 도쿄 국제회의에서 각국이 약속한 아프간 부흥 자금은 7개 월이 지난 현재까지 채 10%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들어온 돈은 난민 구호 자금과 정부 운영비로 바닥났다. 지방 군벌의 발호와 고질적인 종족 분쟁,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탈레반 정권 잔당의 간헐적인 반격도 원조와 복구 사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턱 없이 부족한 국제 원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앞으로 5년간 45억 달러, 이 가운데 올해에만 18억 달러 이상을 지원키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7월 말 현재 국제 원조액은 모두 3억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약속과 달리 원조가 턱없이 부족해 도로 건설 등은 시작도 못하는 형편이 되자 국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4월부터 수도 카불에서 본격적인 아프간 재건 사업을 시작한 유엔 사무소와 구호 단체 주변의 움직임이 부산한 건 사실이지만 아프간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사기”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불신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수개 월 전부터 추진한 총 공사비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ADB는 지난 달 말 아프간 정부에 공사를 위한 대출을 승인토록 요청했지만 재정으로 감당키 어려운 아프간 정부는 난색을 표시하며 “ADB가 사업을 감당하지 못해 발을 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프간 전체 도로 가운데 포장도로는 3,200㎞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20%만이 온전하다. 20여 년에 걸친 전쟁으로 기반시설이 파괴되기 전 카불에서 파키스탄 국경 도시 잘랄라바드까지 2시간이면 갔지만 지금은 8시간이 걸린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도 사분오열된 국가의 통합을 위해서도 도로, 전기, 통신 시설의 건설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연내에 어느 것 하나 착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정 불안과 난민 귀환 급증이 원인

국제 사회의 원조가 이처럼 늦어지는 데에는 아프간 내정 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달 초 압둘 카디르 부통령이 총에 맞아 죽는가 하면 북부와 서부에서는 종족과 군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달 초 서부 헤라트에서는 소수 타지크족이 다수 파슈툰족을 공격해 70명의 사망했다. 7일에는 카불 외곽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보이는 아랍계 무장괴한의 공격으로 교전이 발생해 모두 16명이 숨졌다.

그나마 지원된 자금이 기반 시설 건립에 한 푼도 투입되지 못하는 것은 귀환 난민이 예상보다 많아 구호 물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엔이 예상한 올해 귀환 난민은 80만 명이었지만 지난 달 말까지 이미 150만을 돌파했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당장 아프간 재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거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대통령-국방 힘겨루기 심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모하마드 파힘 국방장관의 권력 투쟁이 심각해지면서 아프간 중앙 정부의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카르자이 대통령은 북동부 판지시르 계곡 출신의 타지크 병사들이 국방부를 장악하도록 허용하는 등 지금까지는 대체로 파힘 장관의 요구를 수용했으나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파힘 장관을 자극하는 몇 가지 조치들을 취해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난 달 말 파힘 장관에게 국방부 내 판지시르 계곡 출신 인사들의 수를 대폭 줄이고 비 타지크 출신 인사들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앞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압둘 카디르 부통령 암살 사건 후 파힘 장관에 충성하는 병사들이 맡고 있던 자신의 경호 임무를 미군에게 넘겨줬다.

대통령궁 관리들은 민간과 군을 대표하는 두 지도자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정치 기반이 취약하고 카불 이외 지역에서는 영향력이 미약한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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