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ㆍ서울은행의 합병을 둘러싸고 ‘헐값매각’시비가 일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과 경합중인 론스타펀드가 인수대금을 더 내겠다는 내용의 수정제안을 제출, 서울은행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만약 수정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하나은행 쪽으로 사실상 기울었던 서울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론스타는 이날 서울은행을 인수한 뒤 3년간 발생하는 이익 중 서울은행이 자체 산정한 목표수익을 초과하는 금액 만큼을 예금보험공사와 절반씩 공유하겠다는 내용의 수정 제안서를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와 예보측에 제출했다.
론스타 관계자는 “자체 분석결과 서울은행은 앞으로 3년간 자체 산정한 목표수익 보다 3,000억원 이상을 더 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론스타가 서울은행을 인수하면 예보는 당초 제안한 매각대금 8,500억원과 이번에 제시한 수익공유금 1,500억원을 합쳐 1조원 이상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매각자문사를 통해 론스타측의 수정 제안이 법률적으로 가능한 지 여부부터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법률적 하자가 없고 론스타의 수정제안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찰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특히 론스타의 수정제안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하나은행에도 수정제안의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하나은행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입찰제안서 접수가 끝난 시점에서 수정제안을 내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를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공정한 입찰 절차라 할 수 없다”며 “정부가 론스타의 수정제안을 수용할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미 매각가격 산정을 문제 삼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보류한데다 서울은행 노조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매각반대 파업까지 선언, 합병을 둘러싼 잡음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나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려던 계획이 전격 보류된 것은 일부 위원들이 헐값시비를 강력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측이 향후 5년간 법인세 감면규모를 2,000억~3,000억으로 추산해 매각가격을 산정했다는 것.
그러나 서울은행은 지난 5년간 이월 결손금이 6조5,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하나은행이 형식상 서울은행에 역합병되는 형식을 취할 경우 1조원 이상의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정부와 매각주간사가 하나은행이 받게 될 세금혜택을 매각가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서울은행의 감면규모 역시 크게 축소한 셈이어서 저가매각이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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