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漢代) 유안(劉安)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은 인생의 길흉화복은 무상하여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사용한다.그 고사의 일부를 보면 북방 국경 근처에 사는 늙은이의 아들이 좋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늙은이는 그것이 혹시 복이 될지도 모른다며 태연스러웠다. 한 해가 지난 후 오랑캐들이 대거 쳐들어왔다.
장정들은 싸움터에 나가 모두 전사하였는데 늙은이의 아들은 다리가 불구여서 부자가 함께 무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쟁이 빈발하였던 시대에는 군대에 가면 전사할 확률이 많았기 때문에 두려워하였고, 심지어 자신의 몸을 해쳐서 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병역에는 제도의 변화가 있지만 남자들이 국가를 위해 지고 가야 하는 의무라는 면은 아직도 여전하다.
중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병제를 보면 삼국시대 위나라에서 둔전(屯田)이라고 하여 국경지방에 토지를 지급하고 유사시에 군인으로 출정하게 하는 병농일치의 형태가 있었다.
당(唐)대에는 부병제도라 하여 일정 기간 수도와 국경수비를 번갈아가며 했다. 보통 수(戍)자리를 산다고 하는 국경수비는 더욱 고되고, 전란이 일어나 죽을 위험이 많았기 때문에 당대의 유명한 시인들은 이들의 고통과 이별하는 슬픔이며 그리움을 시에 많이 담았다.
그러나 이 부병제도는 기본이 되는 토지제도가 붕괴되면서 유지할 수 없게 되는데, 부호의 자제들은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대신 군대에 보내기도 하는 등 비리가 만연하였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는 국방에 더욱 많은 국력을 들여야 한다. 북한은 우리보다 국방비의 비중이 더 크다. 넓게 보면 우리민족의 비극이다.
군비에 들어가는 돈뿐만 아니라 왕성하게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는 나이의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국력 낭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인 것이다.
그런데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시절의 경험을 즐겁게 이야기한다. 또한 대학에 들어온 남학생이 군대에 다녀오면서 더욱 성숙해지기도 한다. 이를 볼 때 군복무가 남자에게 있어 긍정적인 면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고 현실적으로도 적지않은 손해가 따른다.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일부 운동선수들에게 병역면제가 특혜로 주어졌다. 이들은 국가의 명예를 빛내주었기에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병역면제를 특혜로 간주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병역은 기꺼이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기 보다 의무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 많은 듯하다. 또한 자연계열 전공자에게는 여러가지 특혜가 있으나 인문계열의 전공자에게는 거의 없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된 오늘날, 병역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입영 대상의 범위를 넓히거나 여군의 확대를 통해 복무 연한을 줄일 수도 있겠고, 군대복무 후 사회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가 뜨겁게 재연되고 있다. 5년 전 이미 그 문제를 심판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다시 후보가 되었을 때부터 예견되었던 바이다.
이른바 ‘신병풍(新兵風)’에서는 비리에 더하여 은폐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를 민주당의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거듭되는 파행국회와 정치권의 일방주장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쌓인지도 오래되었다. 이 후보는 병역비리가 있었다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사실 여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할 것이다.
박지훈 경기대 사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