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아들 정연(正淵)씨의 병역비리의혹 수사가 초기부터 ‘내우외환’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에 빠져들고 있다.1997년부터 5년째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이 사건이 이 후보의 정치적 위치와 대선에 미칠 영향 탓에 여ㆍ야간은 물론 조사대상자간에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쫓기는 입장의 한나라당은 수사지휘관인 박영관(朴榮琯) 특수1부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 그의 발목을 잡아두는 초강수까지 두고있다.
▼조사대상자간 폭로전
사건의 본질인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 정작 당사자인 정연씨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제3의 인물들간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수사를 촉발한 의무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의 폭로에 대해 6일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과 백일서(白日瑞) 전 국군춘천병원 진료부장이 반박하고, 김씨는 7일 이를 재반박했다.
김씨는 “김 전 병무청장이 97년 7월 당시 국민회의의 의혹제기 직후 한나라당 J, K의원과 대책회의를 갖고 정연씨의 병역기록을 파기ㆍ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책회의는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가 2,000만원을 주고 병역브로커인 P씨-전 국군수도병원 주임원사인 김모씨-병역비리의 대부 박노항(朴魯恒) 전 원사-백 전 부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통해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부탁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은 “야당의 주장이 있고 나서 총리에게 보고한 것이 무슨 대책회의냐”며 “오히려 수감자 신분인 김씨가 사복차림으로 수사관을 사칭해 불법적인 조사를 벌였다”고 역공을 취했고 백 전 부장도 “김씨의 주장은 조작중의 상조작이며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씨는 7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청장은 자신이 살기위해 당시 대책회의 사실을 진술하면 자신을 봐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며 “이 모든 것을 입증할 녹취 테이프가 분명히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제출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곤혹스러운 검찰
1월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 취임 후 원칙에 따른 공정수사를 강조해온 검찰은 유독 이 사건에 관한 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건 자체의 정치적 발화력이 워낙 높아 한마디 말로도 정쟁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이 수감인인 김대업씨를 수사관으로 활용했다”는 한나라당의 고발로 담당부장을 제 손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검찰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검찰은 시종일관 “김씨가 단독으로 제3자를 조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외부인에 의한 폭로전이 가열되면서 논란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들은 “수사팀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담당부장과 주임검사 등 수사팀은 전화 접촉도 아예 차단하고 있다. 대 언론창구인 김회선(金會瑄) 서울지검 3차장검사은 중요사건시 매일 가지던 브리핑을 주 3회로 줄이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범관(李範觀) 서울지검장은 “수사진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겠다”며 칩거 중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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