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의 섬 사할린이 외국 석유자본을 유혹하고 있다.2006년까지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이 일대에 투자할 돈은 무려 130억 달러. 송유관과 천연가스 액화 공장, 원유ㆍ가스 저장시설은 물론 수송을 위한 도로, 공항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엑손 모빌은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와 합작으로 ‘사할린 1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스위스ㆍ스웨덴 합작 엔지니어링 그룹 AAB와 함께 올해 일단 9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2005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부터 현지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로열 더치 셸은 컨소시엄을 구성, ‘사할린 2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브리티시 퍼트롤리엄(BP)도 지난달 로스네프트와 손잡고 유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러시아가 사할린에 외국 석유자본 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북극에 가까운 열악한 환경을 헤쳐낼 만한 기술력과 자본이 달리기 때문이다. 셸이 맡은 섬 동북쪽 15㎞ 지점 해저 유전의 경우 거대한 빙산이 갑자기 들이닥쳐 생산이 수시로 중단된다. 주변 오오츠크해는 연중 6개 월 가량 얼어 있어 이곳에서의 채굴은 ‘얼음 부엌과의 사투’로 일컬어진다. 지진도 잦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본이 몰리는 것은 매장량이 엄청난데다 일본과 한국이 인접해 있어 대만을 포함한 막대한 배후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미 무역 전문지 에너지정보그룹 러시아 지사장 마리나 드라체바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엄청난 양이 아시아 시장으로 들어가면 세계 원유ㆍ가스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개발 중인 유전만도 매장량이 33억 배럴로 추정된다. 게다가 유전으로 추정되는 7곳은 아직 본격 탐사조차 되지 않았다.
이광일기자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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