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수명은 남자 68세, 여자 74세인데 특징은 남자 40대의 사망률이 유달리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40대와 50대를 잘 넘기는 남자는 그런대로 여자 못지 않게 오래 살며, 과부는 중년기와 초노기에 많이 생긴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60세 이상 과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몇 년 전 우리 통계는 이들의 3분의 2가 성생활을 포함한 노년기 이성(異性)관계의 중요성을 깊이 인정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한국도 이제 노년기 재혼문제가 심각하게 고려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짝잃은 노인들의 여생이 짧지 만은 않다.
둘째,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부부가 많아지고, 이러다가 상배(喪配) 하더라도 독립생활을 원하는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셋째, 노인들에게도 성적 욕구가 있으며, 성문제도 이제는 그리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다.
넷째, 노인들에게도 말벗이 필요하다. 근래 세대간 문화차이가 깊어지는 데다 핵가족을 선호하는 젊은 자식층은 내심 자기들만의 핵가족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다섯째, 독립해서 살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노인층이 차츰 두터워져 간다. 재혼은 인생의 폭을 넓히고, 두 사람의 합침으로 삶의 질이 홀로 살 때보다 올라간다.
여섯째, 의학발전으로 노인들 심신건강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예컨대, 성인병 예방과 치료법이 향상되고 있으며, 비아그라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일곱째, 노인의 재혼을 해괴망칙하다고 보았던 우리 사회문화에도 서양바람이 불어와 요사이는 남녀노인의 손 붙들고 다니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지 않은가.
중상류층이 이용하는 실버시설을 가 보면 의외로 초노기층이 많다. 식사도 영양가 있게 나오며, 시설도 화려하다. 남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여자들은 평소에 화장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남자들도 단정히 차려 입고 희소가치를 누리면서 떠받침 받는다.
남녀들이 어울려 서로의 거실을 방문하고, 입소자 대표를 선출할 때는 꼭 남녀공학 중학생들처럼 선거운동 열기가 대단하다.
자치회의에서는 남자들의 마이크 잡는 경쟁이 심하다. 이성교제의 열기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얼마 전 이런 시설에 살면서 남녀교제를 하던 두 노인이 주위의 압력에 못 이겨 자진해 각기 자식들 집으로 돌아갔다고 보도된 사례는 아마도 그들이 좀 모나게 굴지않았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주위와 잘 어울리면서 튀지않게 교제를 하고 주위의 양해를 구했더라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점잖고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남녀관계는 사실 이들 입주자들의 꿈이다.
70대 남자와 60대 여자의 재혼과 성(性)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 등급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하는 것 같다. 당사자들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라 '열연(熱演)' 아닌 열띤 동작을 남에게 보인 것이다. 나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보통 성인들 눈에는 젊은 육체 아닌 늙은 몸, 늙은 얼굴이 나오는 남녀
성생활 장면이 오히려 참혹하게 느껴질 것이다. 노인 자신들은 눈이 침침해서 침대 위 상대방 주름이 보이지 않으니 노인의 성생활은 환상과 추억의 생활이며, 그래서 이들도 즐긴다.
/조두영ㆍ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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