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계화’의 흐름은 역사학계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가. 정보화 시대에 역사교육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국내 최대 역사학 학술단체인 역사학회(회장 이주영 건국대 교수)는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사학회(World History Association)와 함께 ‘역사 속의 한국과 세계’를 주제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15~18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에는 케네스 포머런츠 미국 UC어바인대 교수, 제리 벤틀리 미국 하와이대 교수, 장카이유안(章開沅) 중국 화중사범대 교수, 하마시타 타케시 일본 도쿄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을 비롯해 11개국 역사학자 2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3월 부산에서 결성된 역사학회의 창립 50돌 기념 행사의 하나로 마련됐다. 역사학회는 한국사 서양사 동양사 등을 총망라한 사학 관련 학회로, 해마다 전국역사학대회를 개최하고 계간지 ‘역사학보’를 내고 있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용덕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 특정 시대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미시 역사학에서 벗어나 지역와 개별 국가 역사 간의 연계성에 주목하면서 세계사 연구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네트워크’ ‘이(異)문화의 비교와 이해’ ‘사상과 세계사’(16일) ‘전통적 세계 주제의 재검토’ ‘일국사와 세계사’(17일), ‘20세기 아시아에서의 미국’ ‘시간과 공간의 교섭’(18일) 등 총 43개 분야별 토론 주제도 이러한 취지에 맞게 선정됐다.
기조 강연자의 면면에서도 이번 학술회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독자적 경제발전 모델을 연구해온 포머런츠 교수는 ‘세계 경제사 속의 동아시아와 북대서양: 오도된 수정론’(16일) 중국 사학계의 거두인 장카이유안 교수는 ‘한ㆍ중 문화교류의 우호 사절’(17일)을 주제로 강연한다.
한국 학자로는 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가 18일 ‘세계화와 지역주의: 하나의 역사적 성찰’을 주제로 문화 다양성에 천착한 새로운 역사학의 틀을 제시한다.
최근 교과서 문제로 불거진 역사교육 문제도 심도 있게 다뤄진다.
국내 중ㆍ고교의 현직 역사 교사들도 참여해 ‘동아시아 역사교과서의 사회사’ ‘현장 교사가 보는 세계사 교육의 문제’(16일) ‘세계사 내용의 재구성 방향’(17일) ‘고교 세계 교육의 위상’(18일)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주영 역사학회장은 “기존의 낡은 교육으로는 신세대 학생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매체 활용 방안 등 보다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을 논의해 교육 현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 참가하는 외국 학자들은 12~16일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공주 무령왕릉, 안동 도산서원 등 문화유적을 둘러보고, 양산 통도사에서 ‘템플 스테이’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 기회도 갖는다.
이희정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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