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짐을 지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벌써 2년이 지났군요. 그동안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미진한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뇌관이었던 현대와 대우차 문제를 처리하고 은행 합병 등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을 ‘구조조정의 모범생’이라고 평가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현대 유동성위기가 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던 2000년 8월9일 취임했던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8일 지난 2년을 이렇게 회고하며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등 남은 문제기업의 처리도 이달말까지는 윤곽을 잡는 등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습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협상을 계기로 은행합병이 급류를 타고 있는데요.
“은행간 합병을 통한 겸업화, 대형화는 세계적인 추세여서 다른 은행들도 생존차원에서 짝짓기를 서두를 것으로 봅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조흥ㆍ제일ㆍ외환은행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합병을 주도할 생각은 없으며 보유주식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시장을 감안할 때 전국규모의 은행은 3개, 많아야 5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통합 국민은행은 10월에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시너지효과가 본격화할 것입니다. 은행의 경쟁력은 앞으로 정보기술(IT)투자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소형은행들은 IT투자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한화가 최근 대한생명 인수협상에서 한발 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항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예보와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가격등에 관한 막바지 절충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투신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한데요.
“현재 미국의 푸르덴셜생명보험에서 실사를 진행중이고, 지난해 인수를 포기했던 AIG와 다른 투자회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달말까지는 이들 3개사중 한곳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방침입니다.”
-미국 증시 폭락에 따른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불공정거래 및 회계감리 등을 완화할 계획은 없습니까.
“아니지요. 시장이 불투명할수록 회계 분식과 내부자거래 등에 대한 조사 및 제재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시장이 투명해집니다. 최근 주가조작등에 연루된 일부증권사에 대해 점포폐쇄 등 강도높은 제재를 내려 오히려 외국인의 신뢰를 얻지 않았습니까. 국내 증시가 미 증시를 무조건 따라가지 않은 것도 시장규율을 확립한 덕이죠.”
-삼성전자 보고서 파문을 일으켰던 UBS워버그증권의 제재수위에 시장의 관심이 높은데요.
“현재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16일 금감위 정례회의를 열어 제재방안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외국증권사라고 해서 봐주는 것이 없이 원칙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외국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 외국언론에 제재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입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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