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 반등 후 재침체)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또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ㆍ미 양국 증시의 새 화두로 등장했다.일부 투자은행들은 “전세계 중앙은행이 미국의 금리인하에 공조할 경우 경기 부양을 통한 증시 랠리가 예상된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반면 금리인하가 더블딥의 실체를 인정하는 꼴이 돼 하락 증시에 별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때문에 13일로 예정된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7일 뉴욕증시 반등 소식에 장 초반 급등세를 타던 서울 증시는 국내 경기회복 둔화 우려감으로 상승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금리에 민감해진 증시
금리 인하설이 솔솔 나오면서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등했다. 다우지수는 2.87% 오르며 8,200선을 회복했고 나스닥도 53.54포인트(4.44%) 급등하며 1,259.55를 기록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소비자 신뢰지수 급락,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저조, 신규취업 정체 등 경제에 ‘경고음’이 나오자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는 6일 FRB가 최근 증시 부진에 따른 파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수개월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60%라고 추산, 금리인하 공방을 확산시켰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와 도이치뱅크도 0.5%~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허약 증시에 보약될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강력한 효과를 내는 정책수단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을 증가시켜 수요를 촉진시키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도움을 주게된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과 금 등 안정자산에만 몰리던 자금이 주식으로 옮겨오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증시가 안정된다면 펀드 환매요구가 감소하고 외국인의 아시아 시장의 주식 매도공세도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김태준 연구원은 "미국이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금리인하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미국 경기는 회복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식 장기불황을 점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 공조인하에 나설 경우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소식이 되고 증시 랠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약효, 글쎄요?
FRB가 금리인하를 한다는 것은 경기침체를 인정하고 그동안의 정책기조를 중립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다는 얘기가 된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 “가계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인하를 통한 안정 욕구가 있지만 현재의 경기부진의 본질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지표를 반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이는 달러 급락을 유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지난해 11차례나 금리를 인하, 연방기금 금리를 6.5%에서 40년만에 최저 수준인 1.75%까지 내렸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2001년 1월 FRB가 금리를 내리는 동안 S&P500 지수는 33% 하락했으며 다우 지수는 22%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거의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동원증권 김세중연구원은 “금리인하는 오히려 더블딥을 알려주는 리터머스 시험지”라며“미국 경제위기는 수요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과 시장에 대한 신뢰상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는 “FRB가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쓸 수 있는 총알은 7발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 금리 1.75%가 0.25%포인트씩 7번 밖에 인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