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고돌?’(‘개그콘서트’의 옌벤총각 버전으로 읽어주세요) 중학교 때인가 해수욕장에 떠 있는 보트에 적힌 글자를 읽고 이렇게 물었슴다. 저는 그것이 무슨 바위 이름인 줄 알았슴다. 아니었슴다. 그것은 ‘돌고래’를 잘못 읽은 것이었슴다!’
이상하게도 요트나 나룻배는 뱃머리에서부터 글자를 쓰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모처럼 아버지 노릇 좀 해보겠다며 아이와 극장을 찾은 한 동료의 이야기. 아이가 세로 자막을 읽지 못해 가로로 두 글자씩을 붙여 읽으며 “도대체 무슨 말이야”하고 물었다는 것이다.
‘래고돌’과 같은 꼴이다. 그는 어린이 영화를 더빙만 할 것이 아니라 자막에도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세로로 쓰여진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아이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덧붙여 더빙으로 상영하는 영화관은 신문광고에 따로 표시를 주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지난 주말, 아이를 데리고 역시 ‘엄마 노릇’을 외치며 극장을 찾았다. 더빙이 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다. 옆에서 표를 사는 두 여중생 역시 ‘더빙판’의 티켓을 사고 있었다. “글자 읽을 줄 알면 다음 시간 것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줌마는 괜한 참견”이랄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표를 잘못 사서 들어온 대여섯명을 제외하고는 역시나 100석의 대부분이 가족관객. 그러나 85분짜리 영화를 보기위해 기다린 시간은 너무 길었다.
신용카드, 자동차 보험, 컴퓨터, 생리용품 광고를 10여분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이거 보고 나면 조금 있다 영화하는 거죠.” TV에서 이미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광고를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익힌 아이도 처음엔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이어 몇 편의 영화 예고편이 이어지니 “진짜 영화는 언제해요”라며 채근했다.
만화영화는 유년시절의 소중한 기억이다. ‘로보트 태권 V’를 보기위해 더운 날씨에도 긴 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그래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자막은 가로로 넣고, 더빙도 좀 더 개성을 살리고, 더빙판과 자막판이 헷갈리지 않도록 더 배려했으면. 아무 생각없이 입장한 중학생이 환불받기가 어려워 그냥 눌러 앉아 유아들의 재잘거림에 고문 당하며 “어, 우리 영화가 아니네!” 이러면 참 속상하잖아.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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