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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가요는 대중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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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가요는 대중의 것이다

입력
200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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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배경으로 하는 ‘나부코’는 1842년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이름을 전 유럽에 떨치게 한 오페라다. 특히 3막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 중 하나가 되어 있다.노예들의 망국과 망향의 한을 실은 합창은 풍부한 서정으로 더욱 서럽다.

다소 생뚱스러움을 무릅쓰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 연예ㆍ방송계의 비리수사 결과가 일으키는 연상작용 때문이다.

1년 전 MBC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은 가수와 음반기획사의 불공정한 전속계약 실태를 파헤치면서 ‘노예계약’이라고 표현했다가, 연예계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았다. 갈등은 두 달 이상 계속되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노예계약’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여 ‘노래하는 노예’가 ‘합창하는 히브리 노예’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다른 연상 하나는 히브리 노예들이 귀향을 간절히 희구하듯이,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댄스음악만 범람하는 우리 가요계에 다시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는 점이다. 이런 희망은 1990년대 초 이래 번번이 좌절을 맛보았다.

현재 드러나는 연예ㆍ방송계 비리를 요약하자면 음반기획사가 방송계에 자기 회사에서 음반을 낸 젊은 댄스음악 가수를 ‘띄워 달라’고 로비를 한다는 것이다. 가수가 뜨면 음반 판매 수익이 엄청나기 마련인데, 방송사는 현란한 댄스음악을 내보내면 시청률이 높아지므로 유혹을 뿌리치려 하지 않는다.

주로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댄스음악의 많은 단점 중의 하나는 노래의 생명이 짧다는 것이다. 그 소모성ㆍ일회성으로 인해 로비는 치열해지고 비리는 깊어 간다.

그 결과 지난 10년 여 동안 TV방송사가 좌우하는 우리 대중음악계에는 댄스음악과 소수의 트로트 음악만 있었고, 타 장르의 불모지가 되었다. TV에서 버림 받은 타 장르 가수들은 기타를 메고 라이브 음악 카페를 떠돌아야 했다. 그것이 연예ㆍ방송계가 만들어낸 우리의 일그러지고, 황폐해진 가요계 모습이다.

대중의 이름으로 잃어버린 가요를 되찾을 때가 되었다. 아니, 지금도 너무 늦었다. 대중문화 단체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PR비’의 온상이 된 공중파 방송의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주장한다.

댄스음악과 10대 스타 중심의 음악프로를 바꾸고, 전문 라이브 프로를 강화하라고 말한다. 또 케이블 음악채널이 선곡료를 받고 어느 뮤직비디오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관행을 없애라고 촉구한다.

우리는 댄스음악과 트로트 외의 가요 장르를 오래 잊을 수밖에 없었다. 록과 포크, 칸트리, 블루스, 리듬 앤 블루스, 발라드, 소울 등 과거에 친숙하던 음악이 멀어져 있다. 또 샹송과 칸초네, 유로ㆍ라틴, 요들, 가스펠, 민요, 민중가요, 언더 그라운드, 뉴에이지 등 풍성한 갈래의 음악도 잠들어 있다. 대중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가요순위 프로를 폐지하는 대신, 주제와 소재별로 프로를 만들고 적합한 가수를 지원해야 한다.

우리처럼 지상파 방송 가요프로가 10대를 위한 댄스음악 위주로 편성되어, 국민이 음악적 편식을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댄스음악 편식은 필연적으로 대중문화의 기형화로 이어진다.

각 세대에게 제 노래를 돌려주어야 한다. 노래 종(種)의 다양성 속에 대중적 낭만과 창의성이 꽃 핀다. 일부 연예ㆍ방송계가 한 나라와 한 시대의 대중음악을 계속 왜곡시킨다면, 그것은 무서운 일이고 지탄 받을 일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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