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가 5일과 6일의 첫 검찰 조사에서 핵심 물증인 녹음테이프를 끝내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이번 김씨의 의혹 제기가 ‘재탕’임에도 불구, 비상한 주목을 끄는 이유는 녹음테이프의 존재 때문. 그러나 김씨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개를 미루고 있어 테이프의 실체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테이프 과연 있나
김씨는 녹음테이프에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와 관련한 병무청 직원의 얘기,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측의 부탁을 받은 브로커에게 신검 관계자를 소개했다는 의무 부사관의 검찰진술 등이 담겨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당초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곧바로 테이프를 제출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변호사와 상의 뒤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가 결국 빈손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등에서는 “애초 아무런 물증없이 의혹을 제기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으나, 김씨 측은 여전히 “테이프의 원본과 사본을 나눠서 관리하고 있으며 수사상황에 따라 제출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있다면 왜 공개를 늦추나
김씨는 “현 상황에서 물증을 공개할 경우 한나라당이 관련자와의 접촉을 통해 증거를 은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측 변호인은 “섣불리 물증을 공개했다가 군 검찰이 과거자료를 내놓지 않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의 각종 변수를 충분히 고려한 뒤 안전한 시기에 물증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김씨 측의 주장을 실체와 내용에 자신이 없는 궁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테이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내용이 빈약해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의 주장으로 봐도 테이프 내용이 핵심 당사자의 직접 진술보다는 “누구로부터 들었다”는 식의 제3자의 얘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김씨는 6일 “병역비리수사 당시 피조사자가 음해할 수 있다고 판단, 녹음기를 몰래 숨겨갔었다”는 등의 정황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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