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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가, 山河의 숨소리가…의미있는 여행지 4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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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가, 山河의 숨소리가…의미있는 여행지 4곳

입력
200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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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계절. 그러나 마냥 쉬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없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휴식에 조금의 의미를 보태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에서 마땅한 여행지를 추천했다. 모두 우리의 역사ㆍ지리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고성 진부령과 통일전망대(강원 고성군)

분단의 아픔과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백두대간을 남에서 북으로 오르면 결국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이 있는데 바로 진부령이다. 진부령 일대에는 진부령계곡, 제추골계곡, 장신리계곡, 70리계곡 등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계곡들이 있다. 아쉽게도 제추골계곡과 70리계곡 등은 군 작전 지역이기 때문에 출입할 수 없고 장신리계곡은 여름철(20일까지)에만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장신리 계곡은 진부령 정상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곳으로 조용하면서도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에 좋다. 마을관리 휴양지는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가족 단위의 오토 캠핑도 가능하다.

고성에 갔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통일전망대. 장신리에서 차로 15분 정도 내려가면 간성에 도착하게 되는데 간성을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화진포해수욕장, 거진항, 대진항을 차례로 지나면 통일안보공원. 휴전선 철책을 사이에 두고 있는 최전방의 긴장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약간의 교육을 받고 다시 북상, 우리나라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명파마을, 명파초등학교와 명파해수욕장을 지나면 높다란 계단 위에 우뚝 서있는 통일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DMZ와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해발 70㎙ 고지의 통일전망대에 서면 금강산이 아련하게 보이고 해금강은 한 눈에 들어온다. 만물상, 현종암, 사공암, 부처바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61, 통일전망대 (033)682-0088

◆속리산 천황봉(충북 보은군)

속리산이라는 이름은 친근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이품송이 있는 곳이고, 한때 수학여행의 단골 행선지였다. 그러나 친근한 만큼 속리산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 산 아래에 머물다 가기 때문이다. 속리산은 세 강(江)을 가르는 봉우리이다. 봉우리 동쪽으로 떨어진 빗물은 낙동강이 되고, 남쪽에 내린 것은 금강으로 흐른다. 서쪽에 떨어진 빗줄기는 북으로 달려가 금천으로 흘러들어 한강에 합류한다. 삼파수(三派水)라 불린다. 속리산 산행은 한반도의 젖줄인 세 물길의 근원을 찾는 작업이다.

속리산은 해발 1,058㎙의 최고봉인 천황봉에서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문장대, 관음봉, 묘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법주사의 동북쪽으로 호를 그리면서 이어져있는 산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직접 산을 오른 이들에게만 보답을 해 주는 산이다.

속리산 산행의 가장 일반적인 등산로는 법주사-문장대 왕복코스 혹은 법주사-문장대-오송폭포 코스로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4~5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다. 그러나 내친김에 백두대간과 충북알프스를 맛보고 싶다면 천황봉에서 문장대까지의 속리산 능선종주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출발지를 천황봉이나 문장대 양쪽 중 어디로 잡든 대략 8~9시간을 예정하면 된다.

속리산 천황봉 산행의 맛은 정말 독특하다. 풀이 가득 찬 등산로를 헤쳐 가는 맛이다. 무릎에서부터 어깨 혹은 머리 정도까지의 알맞은 높이에서 등산객들에게 이슬방울을 퍼붓는다. ‘천연 샤워장’이다.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에 세속의 때가 남김없이 벗겨져 나가는 듯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관리사무소(043)542-5267

◆장수 무령고개(전북 장수군)

‘호남’하면 드넓은 평야가 연상되지만 이곳에도 계곡이 깊은 오지가 있다. 전북의 무주·진안·장수군이 바로 그곳으로 ‘무진장’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됐다. 이 중 장수군의 장안산은 호남에서 오지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무령고개는 장안산과 경남 함양군의 백운산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해발 1,057㎙로 강원 산골의 여느 고개보다 높다. 백두대간에서 나온 13정맥 중 하나인 금남호남정맥(영취산∼주화산)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정상에 오르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령고개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고개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오르면 잠시 후 팔각정 하나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살짝 주변 전망을 감상하고 능선을 따라 계속 길을 가면 장안산 정상으로 가는 분기점이 나온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거리. 가을이면 억새풀의 장관을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법년동으로 내려오는 하산코스는 약 3시간 정도이다. 시간과 몸이 여의치 않으면 장안산 정상까지만 갔다가 다시 내려와 무령고개에서 차를 타고 나가는 일정을 택한다. 정상에서 중봉-하봉-억치재로 돌아 법년동으로 내려와 밀목재를 지나가면 바로 장수읍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중봉에서 덕천-합수곡을 지나 노곡리로 나가는 코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등산로가 거의 폐쇄된 상태이다. 주변의 지지폭포 등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장수군청 문화복지과 (063)350-2312

◆해남 땅끝(전남 해남군)

한반도를 휘휘 감아온 우리 땅의 장대한 기상이 그 마침표를 찍는 곳이 있다. 육지의 가장 남쪽, 바로 해남 땅끝마을이다. 우리 땅의 끄트머리라는 상징성과 함께 그 지명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분분한 땅끝마을의 행정구역상 지명은 갈두리(葛頭里). 칡이 많아 그렇다는 설과 뒷산인 사자봉의 형세가 칡의 형상이어서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땅끝이 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땅끝에서 바라보는 우리 국토와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높이 10m의 탑을 세우고 백두대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사자봉 정상에 있는 봉화대를 복원하면서 부터이다.

사자봉 정상 바로 옆에 세워진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노화도와 보길도가 보이고 맑은 날에는 보길도 너머 먼 수평선 끝에 한라산 봉우리가 아른거린다. 눈을 돌리면 진도를 비롯하여 어룡도, 백일도, 흑일도, 조도 등 크고 작은 섬 20여 개가 펼쳐진다. 해질 무렵, 서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땅끝이 갖는 신비감과 함께 더욱 감동적이다. 물결이 호수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송호(松湖)해수욕장, 자연의 신선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구미 해수욕장 등은 번잡스러움을 피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땅끝국민관광지 관리사무실 (061)533-9324, 5544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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