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이다. 그러나 북의 진의는 두고 보자.’6일 유엔사령부와 북한의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이 적극적이고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서해교전으로 냉각된 남북, 북미관계 전반에 청신호를 울리고 있다.
양측은 북의 온건한 태도로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긴장완화와 적대행위 재발방지에 대한 원칙적 의견접근을 이루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이다.
회담에 참석한 이정석(李廷奭) 합참 군사정보차장(공군 준장)은 “양측이 언제든 만나 대화로 해결하기로 뜻을 같이하는 등 회담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과거 장성급회담이 1시간을 넘긴 경우가 드물었으나 이번은 1시간50여분간 진행될 정도로 양측이 의견 절충에 힘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논의 내용은 장성급 회담의 관례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이 재발방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내놓는 등 실무회담 수준의 논의가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유엔사측은 서해교전이 북한의 명백한 정전법 위반임을 강조하며, 북측에 사과와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북측은 이에 대해 “해상충돌의 원인은 명확한 해상 경계선이 없기 때문”이라며 NLL문제의 우선 해결을 주장했다. 이는 북측이 최근 잇달아 NLL 철폐를 강력 주장해온 입장과 궤를 같이하지만 강도는 다소 떨어진 느낌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최근 재개된 남북ㆍ북미 대화 재개와 연관된 ‘다목적 전략’에 따른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측은 서해교전후 첫 고위급 접촉이 난항을 겪을 경우 후속 장관급 회담과 북미대화 등에 악영향을 끼쳐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군내에서는 실무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의 유화적인 분위기를 ‘진의’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경계론도 펴고 있다. 세부 사항에 들어갈 경우 북한측이 NLL 철폐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등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대 외교안보대학원 남주홍(南柱洪)교수는 “장성급회담이 20개월만에 열려 정전체제를 논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북측이 이번 회담에 나섬으로써 향후 남북대화 의제에서 NLL을 배제하고, 북미 협상의제로 NLL문제를 등장시키는 의도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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