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주최한 지난해 제1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예산낭비형 행사의 모델처럼 비판을 받았다. 43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차린 잔치가 뚜렷한 특징 없이 잡동사니를 한데 모은 부실한 종합선물세트처럼 꾸려졌기 때문이다.24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리는 제2회 행사 예산은 9억원이 줄어든 32억원.
‘사람의 목소리’를 핵심 주제로 잡은 합창, 지구촌 종족음악을 소개하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판소리 본고장 전주의 지역 특성을 살린 판소리 집중기획 등 3개 분야에서 43개 프로그램으로 179회의 공연을 준비했다.
해외 21개 팀과 국내 팀을 합쳐 총 16개국 156개 팀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통문화 특구 등 전주 전역에서 펼쳐진다.
합창 프로그램에는 체코의 보니 푸에리 소년합창단, 필리핀 산 미겔합창단 등 해외 유명단체와 뉴질랜드 마오리원주민 합창단 등 세계 민속합창단, 전북도립국악원과 국악 전공 대학생들로 이뤄진 판소리연합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는 북극지방 에스키모 소녀의 노래부터 몽골의 민요, 남미 안데스산맥의 인디오 음악,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원주민 합창까지 10개국 종족음악 외에 한국의 판소리와 같은 형태를 지닌 중국 일본 몽골 인도의 1인 구비 서사요를 모았다.
판소리 집중기획은 유파별 공연인 ‘명창명가’, 인간문화재급 명창들의 눈대목 공연, 중견 소리꾼의 완창 무대, 신인 무대, 창작 판소리 등 5개 프로그램으로 총 17회 공연이 마련돼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프로그램이 정돈된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수선해 보인다. 오케스트라 연주부터 지구촌 오지의 노래, 판소리까지 갈피를 잡기 힘들만큼 뒤죽박죽 섞여있다.
판소리의 경우 다섯 바탕이라는 제한된 레퍼토리로 17회나 공연하는 것은, 유파별ㆍ 1인 완창ㆍ 릴레이 완창 등으로 공연 형식을 달리 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출연자만 바꿔 반복되는 안일한 기획으로 보인다.
실내 공연장의 정형화한 공연보다 한옥 대청마루 공연 등 다른 장소를 구하거나, 마당에서 땅재주부터 시작해 소리로 판막음을 하는 옛날 소리판의 원형을 재현한다든지 하는 참신한 시도가 있을 법도 한데 아쉽다.
또 초청공연 중 상당수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 국내에서 올라갔던 작품이어서 신선감이 떨어진다. 이 축제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을 찾기 힘들다. 중요한 건 내실이다. 4,500여 명이라는 대규모 참가인원은 자랑거리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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