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8ㆍ14 효과’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8월14일은 매출액 12억달러가 넘는 미국 947개 상장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른 회계보고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 회계장부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향후 회계부정이 드러나면 민ㆍ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서명을 마감하는 날이다.
지난달 30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업개혁 법안에 서명하면서, 회계보고서에 대한 CEO의 보증을 의무화한데 따른 것이다.
■ 구원의 손길인가, 악몽의 시작인가
947개 기업 CEO들이 모두 서명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은 그동안 증시를 뒤흔든 회계스캔들로부터 벗어나면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EO들이 자신의 회계보고서에 대해 감옥에 갈 각오로 보증을 하는 만큼, 시장을 짓눌러온 ‘회계 망령’도 더 이상 힘을 쓰지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사정은 간단치 않다. 서명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수정, ‘고해성사’를 할 기업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새롭게 제출된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앞서 실적이 부풀려진 케이스들을 적발할 경우 해당기업들의 주가는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증권중개사인 A.G. 에드워드의 수석 시장분석가 알프레드 골드먼은 “주요 기업들의 회계보고서가 수정ㆍ제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팔자 러시’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만일 서명에 거부하는 기업들이 나오면, 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지난 1일까지 서명한 기업은 오라클, 펩시코,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37사에 불과하다. 서명을 거부할 경우 SEC 홈페이지에 명단이 공개된다.
■ 펀더멘털이 더 문제다
대우증권 김영호 투자전략팀장은 “8월14일이 미국증시에 구원의 손길로 다가올지, 아니면 또다른 악몽의 시작을 예고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라며 “호재로 작용하더라도 증시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증시가 신뢰 붕괴에 따른 불확실성에서 탈피하더라도, 펀더멘털의 취약성과 기업실적 악화 우려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도 “8월14일까지 미국 기업들이 투명 경영을 위해 고해성사를 해야한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지금까지 그다지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며 “CEO가 회계보고서를 인정하는 것이 해당기업의 실적의 좋고 나쁨과는 상관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더블 딥(일시 회복후 재차 침체)’ 현실화 가능성에 따른 미국증시 하락을 돌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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