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관련 단체나 기관이 서울 여의도를 잇따라 떠나면서 노동계와 관할 경찰서, 주변 빌딩 사업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계의 메카’가 사라지게 생겼다”며 울상을 짓는 반면 관할 경찰서나 주변 사업주들은 “노동 단체의 잦은 시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됐다”며 반기고 있는 것.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노총회관을 신축하기로 하면서 임시 회관을 물색해왔던 한국노총은 5일 “용산구 청암동 3층짜리 빌딩을 사용하기로 건물주와 계약, 20~23일께 이삿짐을 쌀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의도 하나증권 빌딩에 세 들어있던 노사정위원회도 지난 해부터 건물주가 “입주 업체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퇴거를 요구함에 따라 9일 삼성생명 종로센터로 옮길 계획. 노사정위는 그동안 서울역 앞 M빌딩, S은행 본점 등을 물색해 왔으나 임대료나 시위기피증으로 난색을 표명해 어려움을 겪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게 된 서울 종로경찰서는 “삼성생명 종로센터의 경우 온두라스 대사관이 위치해 시위나 집회가 금지되어 있는 데다 사설 경비업체가 출입통제를 엄격히 하고 있어 예전같이 시위, 농성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자위하고 있다.
한국노총 강훈중(姜訓中) 홍보국장은 “금융 기관들 보다 먼저 입주해 25년 가까이 지켰던 여의도를 떠나게 되어 섭섭하다”며 “15층짜리 신축건물이 완공되는 3년 후에 여의도가 다시 ‘노동계의 메카’로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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