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60대 중반의 실버입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집안 형편상 그림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마음 한 편으로 늘 그림에 미련이 있었지만 가장으로 생활을 꾸려 나가기 위해 그 뜻을 펼 수가 없었습니다.
자녀들도 다 출가했고 이제야말로 미술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집사람과 자녀들의 반대가 심합니다. 학비를 어떻게 대겠느냐는 거지요.
역시 제 꿈은 과분한 것일까요.
A.먼저 실기연마로 인정받아야
실버년대에 이르러 제2의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 입니다.
이는 특히 젊은 한때의 예술지망생들에 많지요. ‘열에 하나, 아니 백의 하나만이 성공하고 나머지는 밥 굶기 십상이다’는 주위 권고에 뜻을 접어 두었던 것이지요.
정년 후 골목 오뎅집을 차려 성업한다는 일본의 어느 판사, 호텔식당 보이가 되어 매스컴을 타는 우리나라 어느 회사 부회장, 은행장을 지내고 나서 소설가가 된 분 같은 이야기는 성공적으로 실천에 옮긴 사례입니다.
성공사례를 가만히 보면 이들은 새 인생에 실패했더라도 먹고 살 것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실버가 되기 전부터 오랜기간에 걸쳐 자기 새 인생이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않도록 대비한 사람들입니다.
아니면 실버되기 전부터 조금씩 새 인생과 관련된 작업을 부업이나 취미로 해와서 가족의 이해와 인정, 격려를 받아왔던 사람들입니다.
문의주신 내용을 보아 선생께서는 경제적 준비도, 가족의 이해도 없으신 것 같군요. 더구나 일반적으로 정규미술대학 진학은 수능시험과 실기시험을 거쳐야 해 선생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기성화가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이나 신문사 문화센터 미술반에 나가시어 실기연마로 강사진과 가족의 인정을 받으시고, 정보도 얻으시면서 대학진학 여부를 검토하심이 좋지 않을까요?
한국의 화단(畵壇)은 학연(學緣)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워낙 재주가 뛰어나시다면 그런 벽은 쉽게 넘으시리라 봅니다.
또 선생께서는 유명해지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자체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신가요? 그림값이 제일 비싼 고(故)박수근화백은 초등학교만 나왔다는 것을 아시나요? 다만 걱정은 초노기가 되면 기력과 의욕이 떨어지는 자연의 섭리가 있으니 이의 극복이 선생의 과제라 생각됩니다.
/조두영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