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청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은 환자 명단을 불법으로 넘겨 받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했다. 정신과학회는 이것이 해당 환자들의 인권침해 및 치료기피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누차 개정을 요청해 왔다.그렇지만 경찰청은 교통안전에 필요하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과 정신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정신병 환자들은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일반인 보다 더 소심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운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환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의사가 위험한 환자를 보건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위험한 환자를 의식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으며 대상자는 치매환자, 간질환자, 약물중독자 등이다.
즉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의식 변화를 가져 오지 않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특히 약물치료중인 정신분열병 환자는 안전한 운전자로 여기고 있다.
정신과 환자들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빈도는 일반인들이 부주의나 다른 질병으로 인해 발생 할 수 있는 사고 빈도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신과 환자를 마치 범죄 전과자 취급하는 지금과 같은 체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더 심화하고, 이런 사회적 낙인은 점점 더 환자들을 음지로 몰아 가게 된다. 현재의 규정은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보완 수정되어야 한다.
다수를 위한다며 소수의 권리나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그 소수가 힘없고 병든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소외시키기 보다는 더욱 더 보호해 주어야 한다.
권준수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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