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돈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볼수록 멋이 우러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옛 돈의 은근한 멋과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국내 손꼽히는 고화폐 전문가인 한영달(64ㆍ사진)씨가 최근 고조선에서 조선 말에 이르는 우리나라 고화폐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고전(古錢)’(도서출판 선 발행)을 펴냈다.
이 책은 우선 현존하는 고전 4,658종을 체계적으로 분류, 앞 뒷면 실물 크기 탁본을 싣고 크기, 서체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들 고전은 한씨가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것인데 일제 때 일본인들이 정리한 것보다 무려 1,235종이 많다.
그는 “30여년간 수집한 고전을 정리하면서 종류가 이렇게 방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 자신도 놀랐다”고 말한다.
BC 2~AD 5세기 고분에서 출토된 ‘철정’(鐵錠ㆍ가운데가 잘록하게 들어간 얇고 긴 철덩어리)을 국내 최고(最古)의 화폐로 평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고려 성종15년(996년) 주조된 ‘건원중보(建元重寶)’를 최고의 화폐로 보는 학계의 정설을 뒤엎는 주장이다.
한씨는 “화폐 모양 탓에 학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국 삼국지 위서와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지석, 일본서기 등 기록으로 볼 때 철정이 화폐로 쓰였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대원군이 경복궁 재건 등을 위해 발행한 ‘당백전’ 등 조선 말 4대 악화(惡貨)가 경제에 미친 악영향 등도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고전 주조 과정과 현재 가치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곁들이고 책 말미에는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이한 용어사전도 실었다.
강원일보 편집국장 등을 지낸 한씨는 “현직기자 시절 취미로 고전 수집에 손을 댔다가 전문서적이 거의 없는 점이 안타까워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올 5월에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고전 감정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고전감정연구위원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일본 학자들에 의해 우리 고화폐가 단순한 중국 돈의 모방으로 폄훼되고 국내 연구서조차 이런 외국 이론을 답습한 것을 보면서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면서 “향후 북한이나 해외에 남아있는 우리 고화폐와 고전의 성분분석 등을 아우르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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