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아온 김모(62)씨. 연간 300만원이 넘는 의료비와 약값을 충당하며 어렵게 투병생활을 해 온 그는 올들어서는 웬만한 합병증이 생겨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관절염을 비롯한 대다수 질병에 대한 요양급여(보험적용) 일수가 365일로 제한(11개 만성질환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365일 제한’에 따라 진료ㆍ치료ㆍ입원ㆍ투약 등 각각의 의료행위를 모두 합해 연간 365회가 넘는 부분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게 돼 거의 매일 진료ㆍ투약 등을 받아야 하는 김씨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게 된 셈이다.
김씨는 “면역체계가 약해지면서 감기는 물론이고 골다공증까지 발병하는 등 성한 데가 없다”면서 “몸 아픈 게 죄냐”고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행히 보건복지부가 5일 환자들의 아우성에 못 이겨 루프스병(만성염증질환)이나 관절염 질환자 등에 대해서도 이 달 말부터 의사소견서를 첨부하면 건보공단의 승인절차를 거쳐 요양급여일수를 연장해주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김씨의 야속한 심정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손바닥 뒤집기 식 정책 속출
‘병 주고 약 주는’식의 건강보험정책이 속출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회복과 호주머니 사정 보다는 파산 위기에 몰린 건보재정 절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손 바닥 뒤집기 식 정책 실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요양급여일수 제한규정은 올들어 뒤집기에 뒤집기를 거듭해왔다.
고혈압 당뇨병 등 5개 질환을 제외한 모든 질환에 대해 365일 제한규정을 적용하자 여타 만성질환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6월10일에는 이를 11개 질환은 제한규정을 없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복지부는 2개월도 안돼 루프스나 관절염 환자 등에 대해서도 제한규정에서 예외를 인정하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루프스나 관절염 환자는 하루라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 같은 정책 왜곡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 보건정책 전반 불신 우려
땜질식 처방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복지부가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위장약ㆍ정장제에 대한 보험적용 제외 조치로 환자들이 크게 반발하며 각종 민원을 제기하자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건보정책이 환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사무국장은 “정부의 정책추진방향이 틀리지는 않다고 보지만 의료계와 환자의 현실을 살피지 않아 정책미스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면서 “땜질식 보완이 계속되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42개 만성질환군중 5개 질환을 올 초 만성질환으로 정하면서 나머지 질환에 대해서도 추후 고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상황변화를 염두에 두었다”면서 며 “100% 완벽한 정책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한 계속적인 보완작업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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