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병 보호나선 니컬러스 케이지 위기의 순간 그를 죽여야하는데...2차 대전에 참전중인 조 엔더스(니컬러스 케이지)상사는 또 전장에 뛰어든다. 사면초가에서 그는 진지를 사수하라는 상관의 명령만을 암기한다. 전우들은 모두 죽고 자신도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청력 검사를 조작, 다시 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전쟁광도 아니고, 적에 대한 복수심에 가득찬 인간도 아니다. 그저 자신을 시험에 빠지게 한 상황에 다시 뛰어든 것 뿐이다.
사이판에서의 유리한 진지 확보를 위해 그는 암호해독가인 벤(애덤 비치)이병을, 그의 동료 라이언(크리스천 슬레이터)는 암호병 화이트호스(로저 윌리)이병을 일본군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임무다. 나바호 인디언의 암호는 전투의 핵심이다.
‘지킨다’는 것은 ‘우정’이 아니라 생사여탈권을 의미한다. 암호병이 적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다면, 먼저 죽여야 한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섰다”는 벤과 지킬 것이라는 아무 것도 없는 허무주의자 엔더스의 동거.
리안 감독과 더불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홍콩 감독인 우위선(吳宇森ㆍ존 우)은 전쟁영화 ‘윈드 토커(Wind Talker)’에서 또 다른 질문 하나를 던진다.
아군끼리 총을 겨누어야 하는 상황. 홍콩에서 만든 ‘첩혈쌍웅’이나 할리우드작 ‘미션 임파서블 2’에서 바짝 맞서서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눈 두 남자의 장면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군끼리다. 전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비록 같을지라도 둘 사이에 존재하는 인종적, 계급적 차이가 불신을 부르는 상황, 소통되지 못하는 두 사람의 갈등을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대입시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우정’을 제시한다.
쏟아지는 총알과 엄청난 폭발은 우위선의 할리우드 진출 성공의 상징물 같다. 흔한 소재이지만 그는 엄청난 물량을 흔하게 써도 괜찮을 만큼 상업성을 인정 받았다.
병사의 사지는 절단되고, 땅은 갈라진다. 전쟁영화의 상투적인 장치인 ‘영웅주의’가 없다는 것은 또 다른 특성이다. 니컬러스 케이지는 영웅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의 존재적 우울이 심도있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동양인 감독이 만든 것이 맞나 싶을 정도의 터무니 없는 발상에도 실소가 터진다. 야흐지가 일본군 병사로 위장해 무전기를 탈취해 오는 장면은 ‘얼굴이 노란색이면 모두 일본인’이라는 인식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이판 원주민에게 보이는 엔더스의 휴머니즘과 쓸쓸함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야흐지가 엔더스의 악몽을 퇴치하기 위해 원주민 의식을 행해주는 장면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제작비 1억 달러가 들었지만 미국서 개봉 한 달 반째 흥행수익 4,000만 달러를 조금 웃돌고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전쟁터에 와 있는 느낌은 주지만 철학과 사실이 겉돌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15일 개봉.
우위선 감독의 홍콩 느와르식 전쟁액션 ‘윈드 토커’. 암호해독병과 그를 지키는 병사의 우정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
주기자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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