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서울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선정됨에 따라 자산규모 84조원의 국내 3위 대형 합병은행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하나은행은 제일은행과의 추가 합병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데다 신한ㆍ한미은행도 이르면 이달 중 합병 협상의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어서 은행권에 ‘제2차 빅뱅’이 몰아칠 전망이다.
■국내 3위 은행 탄생
두 은행 합병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자산규모로는 국민은행(198조원), 우리은행(89조원)에 이은 3위이지만 수신시장 시장 점유율은 국민은행에 이어 두번째가 되고, 지점수는 600여개에 이르게 된다.
ING베어링증권은 “합병 후 세제혜택 및 영업력 강화,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3월말 기준으로 서울은행의 신용카드 매출액은 1조6,000억원으로 하나은행(9,800억원)에 비해 7,000억원 가량 많다”며 “하나은행으로선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용카드 사업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하나가 제시한 가격은
공적자금관리위 매각심사소위는 “하나은행이 론스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다른 제반조건들도 전반적으로 우월했다”고 평가했다.
하나은행은 론스타보다 약 1,000억원 많은 1조원을 서울은행 가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가 합병은행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여러 방안을 내놓은 것도 매각심사소위가 매각대금으로 론스타의 현금대신 합병은행의 주식을 받는 ‘공격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잔존법인으로 선택할 경우 서울은행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기록한 누적 결손(약 6조원)을 감안하면 6,000억~1조원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법인세법상 과거 5년간 누적된 결손금액을 뺀 이익금을 기준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1조원에 인수하고 이에 상응하는 세금혜택을 얻게 되는 셈이다.
■합병까지는 걸림돌 산적
서울은행 노조측은 “정부가 시장 원리를 지키지 않고 은행 대형화를 위해 하나은행을 인수자로 선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경 500m이내 중복 점포가 94개에 달하는 두 은행 통폐합에는 물리적인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합병에 강력반대하고 있다.
또 서울은행의 자산규모는 하나은행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인원은 하나은행과 비슷한 3,800여명이어서 이를 정리하는 문제도 난제다.
이밖에도 현금을 제시한 론스타 대신 주식으로 대금을 치르겠다는 하나은행을 인수자로 선정하는 데는 그만큼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정부가 조흥은행과 우리금융 주식 등 민영화해야 할 은행 주식을 잔뜩 쥐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 공적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될 경우 정부는 두고두고 뒷감당을 해야할 처지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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