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모(45)씨는 최근 물건값으로 받은 1만원권 지폐가 위조로 밝혀지자 깜짝 놀랐다. 위조방지용 으로 삽입한 은선(隱線)과 밝은 곳에 비추면 나타나는 세종대왕 은화(隱畵)가 분명한 지폐였기 때문이다.한씨는 지질이 이상해 은행에 확인했다가 위조방지요소까지 위조한 위폐라는 판정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위조지폐 범죄가 컴퓨터와 스캐너의 대량 보급으로 위변조 방지요소까지 위조하는 등 육안 식별이 힘들 정도의 정교함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지난해 적발한 위조지폐 68종 2,886장은 모두 스캐너, 컴퓨터 포토샵 프로그램, 컬러 프린터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실제와 거의 구별이 힘들다.
이전까지 대부분이었던 컬러복사기를 이용한 위폐는 당국의 복사기 관리로 거의 사라진 대신 컴퓨터를 이용한 위폐 제작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
위폐범들은 한술 더 떠 지폐 곳곳에 자리한 위ㆍ변조 방지 요소까지 능수능란하게 위조해내는 실정이다. 위ㆍ변조 방지 요소로 널리 알려진 은선의 경우 지폐 앞ㆍ뒤면을 각각 위조한 뒤 알루미늄 포장지 등을 찢어 붙이는 수법으로 감쪽같이 위조해낸다.
세종대왕 은화 역시 수정액으로 세종대왕 얼굴을 앞 뒤 양면 사이에 찍어넣으면 진짜와 구별이 힘들 정도다. 이외에도 위폐범들은 스캐닝을 하면 글자가 깨지는 측우기 아래 ‘한국은행’글씨마저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보정해내는 실력을 발휘, 전문가들마저 감탄할 지경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위조지폐의 대부분이 자신의 컴퓨터 실력 과시와 호기심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위폐범 피의자의 21.7%가 중고생”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위폐범의 경우 대량 제작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용하는 여행성 범죄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위조가 힘든 점자표시 볼록인쇄와 지질 등을 꼭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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