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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니아/"살아 남으려면..." 형사와 살인범이 동업자로

입력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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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니아(Insomniaㆍ불면증)’를 기다려온 영화 팬들은 꽤나 초조했다. 감독이 다름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이니까. “지난해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가 ‘메멘토’인데, 새 영화는 어떨까.혹시 형편 없으면 어쩌지”하는 기대와 불안. 미국의 최대 영화자료 사이트인 IMDB의 영화평점은 ‘메멘토’가 10점 만점에 8.8, ‘인썸니아’가 7.8점. 1점차에 불과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메멘토’보다 3점 이상 떨어지는 느낌이다.

LA경찰청 소속의 백전노장 도머(알 파치노)와 파트너 햅(마틴 도노반)이 내사를 받게 되자, 상부에서는 둘을 보호하기 위해 알래스카의 소녀변사사건 현장에 투입한다.

햅은 ‘내가 살기 위해 선배의 비리를 알리겠다”고 고백하고, 짙은 안개 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던 도머는 햅을 총으로 쏘아 죽게 만든다. 도머는 소녀 살인용의자가 햅을 쏘았다고 거짓말하고, 증거를 조작한다. 문제는 소녀 살인범이자 소설가인 핀치(로빈 윌리엄스)가 그 현장을 보았다는 것이다.

도머와 핀치, 쫓는 자와 쫓기는 자는 이제 동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소녀를 때려 죽인 살인범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갖고 있던 도머 역시 범죄의 주인공이 되어 살인범과 머리를 맞대고 서로 도와야 하는 상황.

‘나는 과연 햅을 죽인 것이 맞나, 그러면 핀치라는 작자와의 ‘동업’은 과연 정당한가, 이 자는 나를 보호할까, 그런데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질까. 그래, 이곳은 백야지. 아! 잠을 자고 싶다’.

도머가 빠진 혼란스런 상황과 백야가 주는 불면증을 엮은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다. 언제나 착한 피에로 로빈 윌리엄스가 비열한 범죄자로 변신해 알 파치노와 극단적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평균 재미 이상이다. 알 파치노의 연기도 여전히 빛난다.

그러나 영화를 본 느낌이 경쾌하지 만은 않다. 치열하고 산뜻한 지적 추리물을 만들어냈던 감독이 95년 동명의 노르웨이 영화를 리메이크하면서는 그만큼의 재기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급 형사 엘리(힐러리 스웽크)가 존경하는 도머에게 족쇄를 채우리라는 것을 일찌감치 짐작할 수 있고, 불면이 도머의 정신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졸립다’는 상황인식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게 실망스럽다.

놀랄만한 신인이 할리우드라는 거대 왕국에 편입하기 위해 치러야 할 통과의례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을 팬들이 지불해야 한다면 억울한 일이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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