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일 7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둔 정부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6일 "새로운 합의를 하기 보다는 이미 합의된 사안에 대한 실천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했는가 하면,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이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이처럼 실천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번 회담이 서해교전이라는 무력충돌 상황을 딛고 열리는데다, 특히 임기말 정국을 고려할 때 햇볕정책의 유용성을 재확인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의 협상태도가 예전과 달리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데 상당히 고무돼 있다.
■합의사항 이행 주력
사실 정부는 6ㆍ15 정상회담과 4ㆍ15 특사방북을 통해 북측과 수십 가지를 합의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 외에는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경의선 연결 등 남북현안에 대한 실행 방법과 시기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등 무엇보다 실천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정부는 합의사항의 구체화를 위해 제2차 경협추진위, 군사당국회담 등 하위 회담도 조기에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할 방침이다.
철도연결, 임진강 수방사업, 개성공단 개발 등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회담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북쪽이 준비된 대로, 받을 수 있는 대로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협추진위의 경우 쌀 지원 문제도 거론하게 되므로 북측도 호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교전 사과 수위논란
그러나 정부의 구상대로 남북관계가 안착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구석이 없지 않다. 서해교전으로 불거진 남한 여론의 대북 불신감이 여전하고 북측이 당장 남측의 요구에 걸맞은 사과를 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측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유감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종전의 태도와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북측이 장관급 회담에서 서해교전에 대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남측의 협상력이 대선정국을 반영한 여론의 비판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2차 경협추진위에서 '대북 퍼주기' 논란으로, 9월말 아시안 게임 때는 북측 대표단 응원시비까지 이어질 공산이 있다.
이같은 비관적 시나리오는 당초 정부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하는 등 대북정책의 탄력성을 스스로 제한함으로써 자초한 측면도 있다. 정 장관은 이를 감안한 듯 조만간 3당 대표를 예방하는 등 적극적인 여론수렴에 나설 작정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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