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현실을 지배하는 이 엄청난 힘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월드컵이 숙제로 남긴 문화적 코드를 미술의 시각에서 읽어보는 ‘현장 2002: LOCAL CUP’ 전이 6일 서울 창천동 쌈지스페이스에서 개막해 20일까지 열린다.
기본적으로 이 전시회는 월드컵의 열풍에 딴지를 건다. 일부러 월드컵에 대비시킨 제목 로컬컵이 보여주듯, 월드컵이 상징하고 실제로 행사하는 지구화 – 글로벌리즘의 문제점을 우선 짚어본다.
스포츠 자본주의에 물든 매스컴과 광고가 어떻게 대중을 획일화하며, 월드컵에 대한 열광의 이면에 가려진 정치ㆍ사회적인 문제점들은 없는가 끄집어내 비판한다.
참여 작가들은 이중재 김창겸 고승욱(영상) 권자연 박영균 김태헌 소윤경 이부록(회화) 조 습 윤주경 박불똥 임흥순(사진)과 프랑스 영상작가 에릭 마일레 등 국내외 14명이다.
1987년 6월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경험했던 박영균은 이번 월드컵 한국전이 열릴 때마다 광화문 거리로 나갔다. 축구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라기보다는 군중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는 W세대와 대비되는 6월세대가 월드컵을 보는 심정을 ‘이 광장의 주인은 나야?’라는 200호짜리 대작에 표현했다. 김창겸은 월드컵 열풍의 배후에 무엇보다 텔레비전과 전광판, 휴대폰 등 전자매체의 위력이 지대했음을 보여주는 비디오 작업을 내놓았다.
텅 빈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뒤로 대형 전광판에 월드컵 한국대표팀과 붉은악마가 환호하는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박불똥은 바람개비와 축구 선수를 합성한 ‘돈개비춤’으로 스포츠 마케팅의 이면에 숨겨진 자본의 논리를 형상화했고, 임흥순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념사진을 DMZ 이미지와 합성 처리해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을 대비시킨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의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김태헌은 축구 팬으로 전혀 예기치 못했던 6월의 붉은 열풍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단상들을 2호짜리 작은 화폭에 그림일기 형식으로 담아내 보여주기도 한다.
‘광화대첩’은 온통 붉은 물결 속에서 환호하며 서로 껴안은 이들의 손에 하얀 태극기가 들려있는 그림이다.
기획자 김준기 가나아트컨설팅 공공미술팀장은 “한반도를 붉은 유월로 만든 저 거대한 월드컵 바람 앞에서 예술만이 비판적 성찰의 무대에 홀로 서 있다”며 “기성이 권장하는 거대 이벤트 앞에서 예술만이라도 저항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이번 전시의 의도를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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