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도입된 무주택자 우선공급제에 따라 분양된 아파트의 계약 직후 전매율(轉賣率)이 일반분양의 전매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무주택자의 주택마련을 돕는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한 것이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주택 우선공급 당첨자의 전매 요건을 강화, 무주택자 중에서도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주요 단지 전매율
6월말 계약이 이루어진 5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경우 무주택자 우선공급 가구의 전매율이 일반 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 롯데 낙천대는 34.3%인 12가구가 분양권을 판 반면, 일반 가구의 전매율은 28.1%에 불과했다.
방배동 현대홈타운의 무주택 가구 전매율(41.6%)도 일반 전매율(36.7%)보다 5% 포인트 가량 높았다. 무주택 우선공급 44가구 중 16가구(36.4%)가 계약후 한달 만에 아파트를 포기한 금호동 대우도 마찬가지다.
■ 전매율 상승 배경
5년 이상 무주택자이면서 5년 연속 세대주인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의 절반을 우선 공급토록 한 것이 제도의 골자.
그러나 이미 수도권 청약통장 가입자가 5월말 현재 356만명에 이르고 대부분의 가입자가 내집마련보다는 프리미엄을 노리는 가수요자이어서 무주택 세대주가 당첨된 분양권을 팔지 않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4차 동시분양의 경우 무주택 청약자의 87%가 높은 프리미엄이 예상된 공덕동 삼성에만 몰리는 등 무주택자의 ‘프리미엄’ 욕심은 오히려 일반 청약자를 뛰어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결국 주택을 공급한 게 아니라 돈(프리미엄)을 공급한 셈”이라며 “이들이 분양권을 팔면서 형성된 프리미엄은 결국 돌고 돌아 무주택자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주택 당첨자에 대해서는 일반 청약자보다 엄격하게 전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주택자 중에서도 주택을 장만할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 청약통장 제도 한계
근본적으로는 무주택자 우선공급제도의 도입이 청약통장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약통장 제도는 당초 무주택 세대주만을 위한 제도였으나 가입기준이 주택소유 세대주로 완화하더니 2000년에는 세대주 여부와는 상관 없는 1인 1통장 제도로 바뀌었다.
이후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증했고 청약통장은 이제 프리미엄을 노리는 ‘온 국민의 복권’에 가까워졌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변질된 청약통장 제도를 치유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 무주택자 우선공급제도”라며 “근본적으로는 청약통장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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